“도태와 변화 사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요?”

입력
2019.11.12 10:00

[프란PICK]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이다’라는 말에 분노한다면? 요즘은 남자가 더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여성 혐오와 자기 연민으로 얼룩진 남성문화를 돌아보는 시간. 이번 주 프란이 선택한 콘텐츠는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입니다. 오늘은 저자인 박정훈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정훈이라고 합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이란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성의 남성성을 비판하는 페미니즘 책이고요. 여성혐오로 물든 남성 문화를 고발하고 또 페미니즘을 통해서 남성들이 변화하고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2015년부터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정말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잖아요. 여성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화내고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남자는 뭘 하고 있는가 싶어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그리고 남성 문화에 대해서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차별 구조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나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점에서 이익을 보는지는 분명하게 인식을 하고 바꿔 나가려고 내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남성 문화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쓰기 시작했고 그 글들을 모아서 이제 책을 내게 됐습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많이 웃으세요.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건 일단 여성과 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남자를 의미하는 거고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또 여성을 여성성에 가두고 그것이 뭔가 실패할 경우에 폭력적으로 나오는 잘못된 남성성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은 총 4가지 파트로 구성이 됐는데 첫 번째 ‘평등한 관계가 그렇게 어려우세요’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 맺기에 대한 얘기에요. 어떻게 평등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한 글들을 모았고요.

‘단언컨대 남성 혐오는 없다’라는 게 두 번째 파트인데 남성이 더 약자인 사회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을 하세요. 그런데 실제로 통계도 그게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정말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여전히 여성이 정말 압도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 증명하고 있거든요. 이번에 서울메트로에서 채용 성차별이 드러났는데요 그 채용 성차별 같은 경우는 최고 점수를 받은 여성을 떨어뜨리려고 무려 면접 점수를 40점 이상이나 떨어뜨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현실을 과연 얼마나 우리가 알고 얘기하는가, 자기 관점에서만 남성들이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런 통계나 혹은 또 사례들을 잘 녹여서 이제 책에서 잘 녹여서 썼습니다.

‘여성의 일상과 남성의 일상은 다르다’는 일상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글을 모았는데요. 우리가 지금까지 인식 못 하고 있었던 것을 특히 남성들이 조금 더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교묘하고 은밀한 성차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중문화 쪽에도 보면 여성을 비하고 또는 폄하하는 그런 내용들이 있는 건데 그것에 대해서 숨겨져 있는 그런 뜻에 대해서 잘 파악하지 못하고 “농담이다. 그냥 웃기려고 하는 것이다’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내용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태와 변화 그 사이에 놓인 남자들’이라는 게 마지막 파트인데 이 부분은 반성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이제 반성이고 그 다음에 연대에요. 과거에 했던 일들에 대해서 충분하게 반성하고 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그러고 나서 이제 페미니스트들의 행보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남자가 돼야 된다고 생각해서 도태될 것이냐, 아니면 그들(페미니스트)과 같이 쭉 앞으로 나갈 것이냐. 그 두 갈래 길을 제시하고 페미니스트와 같이 가야 되지 않겠냐 하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20대 지금 젊은 세대가 남성에서 차별받는 세대라고 하는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단톡방 성희롱이나 아니면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서 20, 30대 남성은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남성으로서 저지른 폭력 그리고 남성으로써 누려온 어떤 이득 같은 것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또 그것을 더 이상 우리는 이러한 특권을 더 이상 누리지 않고 평등하게 살고 싶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성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목소리로 빼앗는다는 비난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여성이) 쉽게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을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사실 쉽게 얘기하는 것도 있거든요. 그런 비판은 감수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만큼 남자들이 여성 여자들에게 믿음을 못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하게 어떤 활동을 보여주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의 한 줄

“페미니즘은 여성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이론이자 운동이다. 동시에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비뚤어진 남성성을 바로 잡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남성을 만들어 가며 기존의 남성성을 해체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남성들을 착각의 늪에서 구해내고 여성과 동등하게 관계 맺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의 남성에게 필요하다.” 제대로 현실을 보면 여성이 아직도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고 남성은 여전히 강자로서 권력자로서 있는데 그런 것을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또 같이 오해와 편견을 좀 극복하고 페미니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공부하는 계기가 제 책에서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문장을 꼽았고요. 이 책은 제가 혼자 쓴 게 아니라 정말 많은 여성분들의 말과 글에 빚을 지고 정말 쓴 글이라서 그 빚을 살면서 계속 갚아 나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여성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고 또 부끄럽지 않게 성찰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

“도태와 변화 사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요?”

프란이 선택한 좋은 콘텐츠. 다음 주에도 찾아오겠습니다.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PD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이현경 PD bb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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