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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프루스트의 마들렌(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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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란 향기로 기억이 환기되는 현상 일반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7.10~ 1922.11.18)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소설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을 머금는 순간 유년의 기억을 환기하는 유명한 에피소드에서 비롯된 용어다. 그 에피소드는 소설 1권 1부 끄트머리에 등장한다. “내가 찾는 진실이 음료 속에 있지 않고, 나 자신 속에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음료는 내 몸속에서 진실을 눈뜨게 했다.(…) 그러한 모든 것이 형태를 갖추고 뿌리를 내려, 마을과 정원과 더불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국일미디어, 김창석 번역본)
마들렌 에피소드가 워낙 극적이어서 가장 유명하지만, 저 소설에는 향기가 기억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꽤 빈번하게 등장한다. 저 대목 훨씬 앞에도, 어머니 곁에 더 머물고 싶은 유년의 화자가 어쩔 수 없이 2층 침실로 올라가며 맡곤 하던 나무 계단의 니스 냄새에서 슬픈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이 있다. “그 냄새는 내가 저녁마다 느끼는 특별한 슬픔을 흡수해 버려 굳히고 있었는데, 모르면 몰라도 이 냄새는 내 감수성을 가장 심하게 해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후각의 상태에서는, 나의 이성은 이미 제구실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루스트 효과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과학적 근거들을 획득해 왔다. 장미향 같은 좋은 향기와 함께 특정 정보를 접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정보를 잘 기억하더라는 실험, 해마 손상 등으로 인한 기억 입력 장애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경우 발병 초기 다른 감각보다 먼저 후각 기능을 상실하는 예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백만 년 전 진화시대의 고인류에게 천적이나 사냥감을 식별하는 데 시각보다 더 절실했을 감각이 후각이었으리라는 점을 들어, 후각은 생존과 직결된 특권적 감각기억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프루스트가 저런 과학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가 기댄 건 켈트 신화였다. 우리가 여읜 이들의 혼이 짐승이나 식물이나 무생물 안에 깃들었다가 어떤 계기에 “죽은 이들의 혼이 소스라치게 우리를 부르고”, 만일 우리가 그 목소리를 알아채면 마술의 결박이 풀려 그 혼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 그는 과거가, 기억이, 그와 같다고 여겼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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