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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삶의 보람을 얻는다. 최근 들어 이렇게 중요한 ‘일’을 둘러싼 변화가 심상치 않다.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디지털화로 산업 지형이 변화하고 일자리 구성과 유형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일자리 수는 늘어왔지만 산업혁명 시기의 ‘러다이트’ 운동에서 볼 수 있듯, 급격한 기술 변화 시기에 우리는 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일의 미래(The Future of Work)’라는 보고서에서 디지털화로 인해 일자리의 14%는 자동화로 완전히 대체되고 32%는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재까지 일자리 총량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의 확산으로 2022년까지 7,500만개의 기존 일자리가 감소하겠지만 1억3,0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새롭게 나타나는 일자리는 과거와는 차별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20년간 새로 생겨난 일자리 40%이상이 디지털 기술이 집중된 산업에서 창출됐고 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신직종, 프리랜서, 공유경제 종사자 등 근로 시간과 장소, 고용기간 등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반면 임금과 복지 등에서는 개인간 격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일자리 총량은 늘고 있지만 개인은 실직의 위험과 새로운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큰 파도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파도를 잘 타고 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 평균 수명이 1935년에는 90년이었으나, 1975년 30년, 2015년에는 15년까지 단축됐다. 우리나라도 5년 이상 존속 기업은 28%에 불과하다고 한다. ‘평생 직장’ 고수 보다는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지속적 능력 개발이 필요하다.

OECD는 ‘신고용전략(Jobs Strategy)’보고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기에 필요한 고용 정책을 제시하였다. 우선 디지털 경제 하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을 중심으로 기존 중소기업 혁신을 촉진하고 벤처 및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에게는 숙련 수요(skills demand)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제공, 생애에 걸친 직업 훈련, 신속한 구인구직 연결 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전통적 근로자 위주로 짜인 고용법제와 사회안전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령자 등 직업 능력 개발에 한계가 있는 계층과 급속한 구조 조정으로 어려움이 큰 지역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가장 빠른 시기에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전환한 경험이 있다. 70년대에는 전체 취업자 절반 이상이 농림어업에 종사하였지만 현재는 약 95%의 취업자가 서비스업,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실업계교육, 폴리텍대학 등을 도입하고 1995년 고용보험을 도입한 후 그 적용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한 ‘일의 미래’도 제대로 방향을 잡고 착실히 실천해 나간다면 두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고형권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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