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흔히 일상 대화에서 말을 할 때 단어를 줄여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보내는 것을 ‘담배를 피우다’라고 해야 하지만 ‘담배를 피다’라고 말하고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지내는 것을 ‘밤을 새우다’라고 해야 하지만 ‘밤을 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나 ‘피다’는 ‘꽃봉오리가 벌어지다’,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다’ 등을 뜻하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그 앞에 목적어가 올 수 없고 ‘새다’ 역시 ‘날이 밝아오다’를 뜻하는 자동사여서 목적어를 가질 수 없다.

그런데 ‘피다’와 ‘새다’가 ‘피우다’와 ‘새우다’의 준말이어서 ‘담배를 피다’, ‘밤을 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다’와 ‘새다’는 ‘피우다’와 ‘새우다’의 준말이 아니다.

‘국을 데우다’를 ‘국을 데다’로, ‘화를 돋우다’를 ‘화를 돋다’로 줄여서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데우다’와 ‘돋우다’는 타동사이지만 ‘데다’와 ‘돋다’는 자동사이기 때문인 것처럼 타동사인 ‘피우다’와 ‘새우다’를 자동사인 ‘피다’와 ‘새다’로 줄여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외우다’와 ‘외다’는 둘 다 타동사여서 ‘외우다’를 ‘외다’로 줄여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주문을 외우다’처럼 ‘외우다’가 ‘말이나 글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대로 말하다’ 즉 ‘암송하다’의 뜻일 경우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주문을 외우다’와 ‘주문을 외다’는 둘 다 맞는 표현이다.

그러나 ‘외우다’를 ‘암기하다’처럼 ‘말이나 글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두다’의 뜻으로 사용할 때에는 ‘외다’로 줄여 말할 수 없다. 즉 ‘전화번호를 암기하다’라는 뜻으로 말할 때는 ‘전화번호를 외우다’라고 해야지 ‘전화번호를 외다’라고 하면 안 된다.

유지철ㆍKBS 아나운서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