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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 전 서강대 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9일 선종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2017년 신장 투석을 받아오다 당뇨 합병증 판정을 받고서 장기 치료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악화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1941년 경북 경주시에서 태어난 박 전 총장은 가톨릭대와 대건신학대를 거쳐 1969년 사제품을 받았다. 박 전 총장은 이후 사회 운동에 활발히 뛰어들었다. 1970년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전태일 추모미사를 집전했다가 연행된 것이 대표적이다. 1980년에는 교수들과 민주화 성명 발표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2주간 조사를 받기도 했다. 1989년 총장에 취임한 이후엔 ‘막걸리 총장’으로 불렸다. 총학생회 출범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총학생회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아침이슬’을 부르고 학생들과 술잔을 기울여 생긴 별명이었다.

그러나 1991년을 기점으로 운동권과 결별한다. 당시 강경대 명지대 학생이 백골단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뒤,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연이어 분신했다. 이에 박 전 총장은 서강대 메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블랙리스트가 있다”며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선동하고 이용하려는 반생명적인 죽음의 세력, 어둠의 세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 전 총장은 1994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 총장 오찬 자리에서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 사노맹 뒤에는 북한의 사노청(사회주의노동자청년동맹)이, 사노청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며 “대학가 일부 학생이 북한 노동신문이나 팩스를 통해 지령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1995년에는 서강대 신입생에게 ‘좌경폭력혁명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최근까지도 종합편성(종편)채널 TV조선 등에 출연해 극우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1일.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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