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중 간 무역분쟁을 둘러싼 위험과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가입자 가운데 일부가 극적으로 ‘손실 탈출’을 눈 앞에 뒀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 반전으로 독일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른 덕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분쟁 여파가 결국 한국 금융 소비자의 운명까지 극과 극으로 가르게 된 셈이다.

◇두 달 전 ‘원금 전액 손실’ DLF, 이달엔 ‘수익’ 기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2일과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가운데 일부가 원금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0.2%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만기가 돌아오는 DLF의 경우, 일찍이 만기를 맞은 상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금리 -0.30~-0.33%를 손익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일 -0.252%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금리가 현재 수준을 만기까지 유지한다면 DLF 가입자들은 원금을 지키게 된다. 여기에 만기까지 상품을 유지할 때 보장해주는 확정금리(쿠폰금리)와 자산운용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추가로 2.2~2.3%의 수익까지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DLF 만기 시점이 불과 두 달 차이인데도 그 사이 가입자들의 운명은 독일 국채 금리의 부침에 따라 급격하게 갈린 셈이 됐다. 앞서 9월 26일 만기를 맞은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의 경우 당시 금리가 -0.6% 밑으로 내려가면서 총 83억원의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1일 만기가 손실률 -35%, 11일 만기가 -2.9%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회복됐다. 통상적인 수준으로 볼 수 없는 독일 국채금리의 급격한 변동성이 낳은 결과다.

◇미중 협상만 바라보는 세계 금융시장

최근 몇 달 간 독일 국채금리뿐 아니라 모든 금융시장의 지표를 움직인 것은 미중 무역협상이었다. 9월 초 미중 양국이 상호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고,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자본이 안전자산으로 쏠렸다. 독일 국채 역시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곧 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9월 24일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6%을 기록했다. 연중 최저점(-0.71%)보다는 높았지만 무역전쟁 비관론이 부각되던 시점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13차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10월 중순을 기해 금리도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10월 11일 양측은 ‘1단계 합의’에 도달했고, 이후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7일 중국과 미국 양쪽에서 기존에 부과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고, 이날 독일 국채금리는 4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19년 성장률 예측치를 이전 대비 0.1%포인트 낮춘 1.1%로 발표했지만, 유럽 시장은 미중 합의 가능성이 확대된 것만 주목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10년물 국채금리는 6일 플러스로 돌아섰다. 독일 데체트방크의 다니엘 렌츠 금리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최근 나온 소식들은 무역협상이 ‘1보 후퇴, 2보 전진‘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채권금리에도 상방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면, 만기가 아직 오지 않은 독일 DLF 가입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