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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세지는 미국의 동맹 압박 
 미 관료 특성상 의도는 없다지만 우리 당국자들 잇달아 접촉 긴장 
 지소미아 공개 압박은 안해…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부르고선 여론 탐색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첫 번째)와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두 번째)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류효진 기자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 고위 관료들이 최근 동시에 한국을 방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지금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임박 등 한반도 안보 지형과 직결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이달 22일 자정이 종료 시한인 지소미아 문제는 긴박한 과제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는 초대형 난제다. 미국은 현행 분담금의 5배 이상인 50억 달러를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해 오는 형국이다. 관련 이슈를 점검하기 위해 본보 정치부 외교안보팀과 워싱턴·도쿄 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 등 한미 양국의 현안을 다루는 미국 당국자 3명이 5일 입국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압력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는데요. 모종의 배경이 있는 건가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 3명의 임무가 제각각이었습니다. 모두 국무부 소속이지만, 스틸웰 차관보는 안보ㆍ외교 담당이고, 키스 크라크 차관 담당은 경제 외교입니다. 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같은 날 따로 입국했고요. 3명이 같은 날 서울에 총출동한 게 이례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국 압박을 위해 팀 개념으로 움직인 건 아니라는 게 고위 외교관 얘기입니다. 각자 권한 밖 일에는 관심 없고 권한 내에서만 움직이는 게 미 정부 관료들의 전통적 특성인 데다, 지금 백악관이 코디네이터 노릇을 할 만큼 한가한 형편이 아니라는 거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고요.

불나방=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해 지소미아 연장이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한국을 상대로 종료 결정 철회를 우회적으로 촉구했죠. 방한 기간에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놨을까요.

사직로 피톤치드(피톤치드)= 공개적 입장 표명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를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지소미아의 ‘지’자도 안 나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해당 만남이 정식 협의가 아니라서 그랬던 듯합니다. 스틸웰 차관보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70여분간 만나 지소미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하는데요, 종료 결정 철회를 압박하기보다는 한국이 결정을 되돌릴 만한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 쪽 입장을 들으려 했다는 전언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한일관계 관련 주요 발언-박구원기자/2019-11-08(한국일보)

불나방=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에 항의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일본을 겨냥한 것인데 왜 미국이 나서는 건가요.

피톤치드= 스틸웰 차관보는 5일 입국하면서 “한미 동맹이 이 지역 평화와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한 한일 대립 장기화로 인해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기뻐하고 있다”고 언급했고요. 아시아에서 중국의 확장을 경계하는 미국엔 한미일 안보 삼각 동맹이 중요합니다. 러시아와 북한 견제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으로선 ‘미국의 문제’로 보이는 것이죠.

불나방=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발효 시점이 다가오면서, 한국은 쫓기는데 일본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것처럼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자충수였던 건 아닌가요.

고구마와 사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일본은 두 사안이 별개라는 입장이에요. 한국은 미국의 중재를 염두에 두고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냈지만, 미국의 중재 의지가 없는 마당에 지소미아 카드는 자충수가 된 셈이죠.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이 없는 한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를 맞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은 한국 정부를 여전히 불신하고 있어요.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 방문, 문재인 대통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대한 환담 제의 등 유화적인 움직임들에 대해서도 ‘미국과 국내 여론에 보여 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요.

피톤치드=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기금을 조성한다는 ‘1+1’ 안을 여전히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1+1’ 안이 유일한 안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1+1+α’ 안이 여러 채널을 통해 오가고 있지만, 아직은 의견 교환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사법절차를 완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완고하고, 일본은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요.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입니다. 해법 모색을 위해 바쁜 외교부 일본 담당 외교관들은 새벽까지 야근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하네요.

마음은 콩밭에(콩밭)= 외교부에서도 지소미아 문제를 두고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외교ㆍ안보 분야에서는 특히 안정성이 중요한 건데 일본과 연관된 사안에서는 유독 이긴다, 진다는 프레임으로 청와대가 접근한다는 겁니다. 이기면 당장은 통쾌하겠지만 과연 장기적으로도 그럴까 의문이에요. 지소미아 연장 문제도 협상 카드로 사용해 버리니 이론적ㆍ정책적으로 지소미아가 왜 필요한지, 어떤 실익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할 수 없는 거죠.

밥먹었더니 배불러(배불러)=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과 관련한 정보 공유가 목적이라 당분간 큰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북미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니까요. 다만 북미 간 상황이 악화하면 일본과의 정보 공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북한 ICBM이 발사되면 한미 정보 자산이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를 일본에서 받아야 해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에도 성분 분석에 필요한 것들을 상당수 일본 지역에서 포집합니다. 일본은 오히려 지소미아가 별로 필요하지 않아요. 지소미아를 깨겠다고 한 것도 한국이었고, 미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니 일본으로선 굳이 뭔가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죠.

불나방= 내년부터 적용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진행 중이죠. 지난 9, 10월 제1, 2차 회의가 열린 데 이어 이달 중 3차 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드하트 대표가 최근 한국을 찾았지만, 방위비 협상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정부가 설명했죠. 그럼 왜 온 건가요.

메아리= 탐색 방문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방위비는 원래 미 정부의 현안 중 우선 순위가 한참 아래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중요도가 올라갔죠. 기존 방위비 분담 협정 유효 기간이 올해까지입니다. 올해 안에 협상이 끝나야 협정 공백이 안 생기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대로 50억달러(실제 부른 금액은 49억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네요)까지 올리려면 총괄 실무자 입장에서는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죠. 이게 사실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워서 어차피 목적을 이룰 수 없을 바에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 줘야겠다고 드하트 대표가 마음먹었을 수 있다는 얘기도 외교가에서 나옵니다.

불나방= 올해 방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약 6조원을 내년부터 내놓으라고 미국이 요구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동맹국인 우리에게 갑자기 왜 그러는 건가요. 수용 가능한 액수이긴 한지요.

콩밭= 한국이 ‘부자 나라’가 됐으니 상호 호혜적으로 방위비를 부담하자는 건데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건 협상 전략이겠지요. 처음 받아 든 숫자를 기준으로 삼게 되는 심리 효과를 활용해 최대한 값을 높게 부르고는 협상 과정에서 마치 시혜를 베풀 듯 조정을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측 협상 대표로 외교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출신을 앉힌 건 세부 항목을 꼼꼼히 들여다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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