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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상향평준화 공언하지만 회의론
일반고로 전환 자사고ㆍ외고 및 강남 명문고 선호 현상 심화 전망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교육부는 7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일괄 폐지 방침과 함께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도 발표했다. 교육계에선 자사고 폐지에 앞서 일반고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교육부는 일괄 전환까지 남은 기간인 약 5년간 2조원 이상을 쏟아 부어 일반고 중심의 교육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대표되는 명문 일반고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7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핵심은 자사고와 외고의 수월성 교육 시스템을 일반고에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었던 자사고의 특성을 일반고에도 반영해, 학생 역량에 맞춘 심화교육 등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일반고도 흡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한 마디로 자사고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상향평준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2025년 도입)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강화 대책 주요내용. 그래픽=신동준 기자

우선 과학이나 어학, 예술 등 특정 분야의 심화수업을 학생 수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교과특성화 학교’를 현행 211곳에서 2024년까지 800곳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과특성화 학교가 많아지면 이들을 ‘공동교육 클러스터’로 묶어 교과수업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근 학교의 학생들은 서로의 학교에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학교끼리 거리가 먼 경우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만들어 실시간ㆍ쌍방향 수업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교육과정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을 위해 학생이 직업교육을 희망하거나 심화학습을 원할 경우 학교장은 필수이수과목 단위를 조정할 수도 있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의 다양한 선택과목 수요에 대응하는 게 이번 역량강화 방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앞으로 5년 간 약 2조2,000억원을 일반고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에선 과연 이 같은 정책이 일반고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결국 강남의 명문 일반고 등 특정 학군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은 이날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반고로 전환된 기존 자사고, 외고가 지역 내 명문고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이들 학교나 기존 명문 학군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인현 대구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자사고를 없애면 강남 8학군 쏠림은 물론 하향평준화된 일반고의 사교육비 증가를 부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회의적 시각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불안감 등 심리적인 우려가 반영된 것일 뿐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실질적인 작용(근거)은 없다”며 “교육소외 지역 중심으로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등을 운영해 일반고 교육여건 개선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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