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속도전·통매각… ‘분양가상한제’ 묘수 찾는 재건축 단지

입력
2019.1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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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유예기간 내 분양 추진… 일반분양 물량 임대로 전환도 

 후분양으로 공시지가 높이거나 임대 후 분양 등 ‘우회로’ 고민 

7일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진주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7일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진주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로 서울 재건축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올 것이 왔다’며 무덤덤한 모습이지만, 물 밑에선 분주하게 대책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규모 궐기대회 등 전략 마련 한창 

7일 오전 찾은 서울 개포동과 반포동 일대 정비사업장 분위기는 차분했다. 개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8월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했고 예상대로 시행됐으니 더 놀랄 것도 없다”며 “지금은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단지마다 수면 아래서는 규제를 피할 전략 마련이 한창이다. 이날 서울시내 주요 정비사업조합이 연대한 주거환경연합은 반포주공 1단지 조합 사무실에서 강남 지역을 비롯한 20여개 재건축 조합장이 모인 가운데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에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기로 하고, 이르면 내달 초 전국 100여개 조합이 참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다. 김구철 주거환경연합 조합경영지원단장은 “각 정당에 법 개정과 제도개선 청원을 계속하면서 내년 4월 총선 매니페스토 운동과의 연계 등으로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미 이주ㆍ철거 단계에 들어선 재건축 단지는 고민이 깊다. 현재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4단지 △서초구 신반포3차ㆍ경남, 신반포 한신15차 △송파구 진주, 미성ㆍ크로바 △강동구 둔촌주공 등 대상 단지 가운데, 비교적 여유로운 곳은 개포주공 4단지와 둔촌주공 정도다. 이 두 단지는 연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협의를 진행하고 내년 초 일반분양에 들어가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가는 ‘속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단지들은 이후에도 착공 신고와 관할구청 분양승인 등 절차가 남아 정부의 6개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4월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 강준구 기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 강준구 기자

 ◇후분양ㆍ정면돌파 고민도 

총 분양물량 5,040가구로 강남권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 1단지도 비상이 걸렸다. 내년 4월까지 일반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최근 재건축의 돌발변수로 떠오른 석면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 과거 둔촌주공 아파트가 석면철거 작업에 1년 넘게 대기한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안에 작업을 마무리할 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는다면, 이 단지의 조합원 추가 분담금은 1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조합은 정부 발표 전날 긴급 대의원 총회를 연데 이어, 발표 당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일반분양 포기를 검토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연내 분양 예정이던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는 여의도동이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450여가구에 대한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임대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반포동 신반포3차ㆍ경남 조합은 반대로 정면돌파를 시도 중이다. 앞서 이 조합은 지난달 30일 일반분양 물량 346가구를 민간임대사업자에 3.3㎡당 6,000만원에 통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토부는 전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민간임대법상 통매각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고 서초구청 역시 제동을 걸었지만, 조합은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를 마친 송파구 신천동의 미성ㆍ크로바는 후분양이나 임대 후 분양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분양은 공정률 80% 이상에서 할 수 있는데, 내년 4월 이전 선분양을 해서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받는 것보다 준공 임박 시점에 지금보다 오를 공시지가를 토대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도 금융비용 등 다른 사업비 증가를 고려하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조합 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해 각 조합마다 우회로를 찾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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