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과학] 편의점 컵 커피 용기, 이제는 재활용할 수 있다

입력
2019.11.09 13:00
수정
2019.11.10 02: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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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방지 알루미늄 대신 특수필름 사용 제품 출시… "연 1만6000톤 폐기물 절감"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RTD(Ready To Drink) 컵커피 진열대. 강은영 기자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RTD(Ready To Drink) 컵커피 진열대. 강은영 기자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냉장용 액상커피는 편의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제품이다. 바로 마실 수 있어 일명 ‘RTD(Ready To Drink) 음료’로 불리며, 보통 1,000원대의 가격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 번쯤 마셔봤을 RTD 컵커피 용기는 어떻게 버려질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용기라는 이유로 분리 수거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용기들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곧바로 폐기물로 버려진다. 이유는 컵커피 겉에 붙어 있는, 라벨이 그려진 ‘알루미늄’ 필름지 때문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환경 문제가 지적될 수 밖에 없다. 특히 RTD 컵커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국내 RTD 컵커피 시장은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지난해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2017년보다 2.5% 성장했다.

국내 플라스틱 사용량도 증가했다. 유럽의 플라스틱ㆍ고무 생산자협회인 ‘유로 맵’은 전 세계 63개국의 플라스틱 수지 생산ㆍ소비 보고서(2016년)에서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 중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은 5년 전보다 10% 이상 증가한 146㎏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컵커피 용기에 붙은 필름지가 뭐길래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은 2030년까지 재활용 비율을 70%로 높이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50% 이상 줄이는 게 골자다. 우선 플라스틱, 비닐봉투 등 썩지 않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국내 RTD커피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배출되는 컵커피 플라스틱 용기 폐기물 양도 늘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알루미늄 재질 등이 부착돼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은 산소차단 효과가 뛰어난 알루미늄을 사용해 커피 내용물이 상하는 것을 막고 있다. 또 인쇄 라벨이 용기에 안정적으로 붙도록 여러 가지 종류의 재질을 겉면에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재활용은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파쇄한 뒤 녹여, 작은 입자 형태(펠릿∙pellet)로 만든 다음 재가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런데 다른 재료나 혼용성이 낮은 플라스틱을 같이 녹여 섞었을 경우에는 ‘펠릿’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RTD 컵커피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이종(異種) 재료의 함량을 낮춰 단일재질로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RTD 컵커피 용기는 플라스틱이지만 빛, 산소가 투입되는 걸 막기 위해 용기 표면이 알루미늄으로 감싸져 있다. 빨대를 꽂을 수 있는 얇고 투명한 뚜껑 역시 알루미늄 재질이다. 알루미늄은 녹는점이 약 660도로 높아 그보다 낮은(약 180도) 플라스틱과 함께 녹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재활용 대신 쓰레기로 버려진다.

산소차단 코팅필름 ‘GB-8’이란?

식품업계에서 알루미늄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산소 유입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식음료 포장 때 미생물 성장방지, 식품 산화방지, 향기 성분 유출방지 등에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재활용이 어려운 점이 고민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고차단성 필름지는 ‘에틸렌비닐알코올(EVOH)’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일본산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가격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가공업체 ‘푸르밀’이 자사의 RTD커피 브랜드 ‘카페베네 카페라떼’에 알루미늄을 대체하는 필름지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수 산소차단 코팅 필름인 ‘GB-8’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용기에 붙은 필름지에도 재활용 가능한 ‘PP’로 표기된다.

GB-8은 기존 RTD 용기에 사용된 알루미늄의 두께 12㎛보다 얇은 1㎛로도 거의 동일하게 산소를 차단한다. 두께가 얇아지면서 플라스틱 외 이종물질을 줄일 수 있고, 녹는점 또한 200도로 플라스틱과 유사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이나 재활용 업체들이 필름지를 별도로 분리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재활용이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SR테크노팩의 조홍로 대표는 “RTD 컵커피 용기에 적용한 GB-8을 실제 재활용 공정에 넣어 펠릿으로 분해해 적외선 분광법(FT-IR)과 열 분석법(DSC)을 시행한 결과, 플라스틱과 동일한 성분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SR테크노팩에 따르면 GB-8은 높은 산소 차단 기능을 가진 ‘폴리비닐알코올(PVOH)’ 소재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PVOH는 필름 부착력이 약하고, 고온의 물에 PVOH의 코팅층이 녹아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PVOH의 구조 변경 연구를 통해 산소를 차단하는 특성은 유지하면서 수분에 강한 GB-8이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나일론,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센 필름인 OPP(Oriented PolyPropylen), 열에 약한 필름인 CPP(Cast PolyPropylen) 등 여러 식품포장 재료에 적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업계는 RTD 음료 용기(32g 기준)가 재활용된다면 연간 1만6,000여톤의 폐기물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GB-8 같은 기술이 컵 제품뿐만 아니라 라면이나 과자 봉지 등 다양한 식품포장재에 확대 적용되면 폐기물 감축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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