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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그리고 사람 이야기]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인터뷰 
 군복무 시절 시간 만든 애플리케이션 
 국내 최대 유기동물 입양 공간으로 우뚝 

사람 손과 동물 앞발을 포갠 모습을 뜻하는 ‘포인핸드(Paw in Hand)’는 전국 유기동물보호소로 구조된 동물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대 유기동물 입양 애플리케이션이다. 2013년 11월 포인핸드앱 출시 후 올해 10월 말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는 90만번을 넘고, 하루 사용자만 최대 4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매년 전국에서 입양되는 유기동물 수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1만마리 가량이 이 앱을 통해 입양된다. 공중방역수의사로 군 대체복무를 할 당시 2개월간 저녁 시간을 쪼개 포인핸드를 만들었다는 이환희(34) 대표. 이 대표는 “동물들을 치료해 직접 생명을 구하는 것도 뜻 깊지만, 시민들의 유기동물 입양을 도와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건 또 다른 행복“이라고 했다.

이환희 대표가 지난 2017년 서울 노원구 자신의 집 근처 공원에서 13년째 키우고 있는 환타와 함께 산책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포인핸드 제공
 ◇낮엔 수의사, 밤엔 운영자 

대학 재학 중이던 2006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키우고 있는 반려견 ‘환타’(몰티즈)를 가족으로 만나기 전, ‘뽀삐’는 경북 포항시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와 유년기를 함께 했던 반려견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다른 개와 싸웠는지 피가 많이 흐를 정도로 목덜미에 큰 상처를 입고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뽀삐가 상처부위 감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떠났겠구나’ 생각하지만, 그때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할 생각조차 못했던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았었나 봐요.”

빨리 어엿한 수의사가 돼 아픈 동물들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걸까. 강원대 수의학과에 입학했지만 수의학 전문지식을 배우는 본과가 아닌 기초를 닦는 예과 시절에는 학습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때 프로그래밍을 공부했어요. 본과로 가면서 점차 전공에 치중했지만, 포인핸드 앱을 개발한 기술은 당시에 익혔죠.”

2013년 4월 경기 가평군에서 공중방역수의사 활동을 시작하며 동물보호 업무를 맡은 그의 눈에 비친 유기동물 공고시스템은 안타까움뿐이었다. 유기동물 신고를 통한 구조는 많은데 입양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공고가 올라오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시민들의 방문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제대로 홍보만 돼도 충분히 입양될 만한 유기동물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악순환이었다. 같은 해 11월, 포인핸드 앱을 개발했다. 시민들이 쉽게 자주 유기동물 입양공고를 확인하고 입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3년 동안의 군 대체복무를 마친 그는 2016년 4월부터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낮에는 수의사로, 밤에는 포인핸드 운영자로 살았다. 그러나 2017년 이미 사용자가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포인핸드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커지자 그의 ‘이중생활’도 한계에 다다랐다. 앱 기능 업데이트와 댓글 관리 등 지속적인 운영에 필요한 시간도 부족했고, 사용자가 늘면서 자연스레 불어나는 서버 관리 비용도 부담이 컸다. 병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도 못 잔 채 앱 운영에 매달리기 일쑤, 매달 100만원이 넘는 서버 관리비는 월급으로 충당했다. 결국 그는 1년 만인 2017년 4월 병원에서 나왔다. “병원 일은 나중에 할 수 있어도, 이 일은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만 했어요.”

4일 서울 동대문구 포인핸드 사무실에서 이환희 대표가 포인핸드 문화를 설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그람이 이태무

“호기롭게 병원 문을 나섰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몰랐다”는 이 대표. 우선 자신의 창업 성공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2017년 5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농식품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 포인핸드 앱을 출품했다. 결과는 대상 수상. 이외에도 제5회 대한민국마케팅대상 등의 수상을 통해 포인핸드 앱의 공익성과 시장성을 확인한 그는 2018년 1월부터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과 관련 상품(굿즈) 등을 판매하는 등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활동까지 시작했다. 올해는 서울 동대문구에 사무실도 구하고, 대표를 포함해 4명의 직원이 함께 하며 나름 회사의 면모도 갖췄다. 사회적 기업으로 수익구조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병원을 그만 두며 5,000만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유기동물도 그렇다’ 

상업광고 불가 등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만을 고민하는 순수한 의도가 통했는지, 포인핸드는 유기동물 입양자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는 등 국내 반려문화의 한 축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오로지 유기동물 정보의 접근성을 개선해 입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국내 연간 유기동물 입양률이 20%대 초반에서 정체되고 있다”며 “혼종견과 대형견 그리고 노령견의 입양률을 높이지 않고는 유기동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단일품종에 작고 어린 유기동물의 입양을 선호하는 시민의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1월 경기 광명시 이케아에서 열린 ‘2019 포인핸드 유기견 사진전’에서, 관람객이 입양된 동물의 표정이 밝게 변한 사진들을 보고 있다. 포인핸드 제공

올해 1월 경기 광명시 이케아에서 진행한 유기견 사진전은 일반인들이 갖는 유기동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깨는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행사였다. 행사에는 포인핸드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한 유명 사진작가 ‘스캇’의 재능기부로 촬영한 사진 50여점이 전시됐다. 모두 유기동물들이 입양된 후 행복해진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사진 속 귀여운 모습에 끌려 사진들 보던 관람객들은 사진에 대한 설명을 본 후 유기동물도 소중한 생명임을 느끼는 듯 했다.

포인핸드는 요즘 시민의식 변화를 위해 자신들과 협력할 수 있는 유기동물 입양카페를 늘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유기동물은 더럽고 아플 거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있고, 입양 결정이 생각보다 시각적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입양 희망자들이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 보호소에서 올린 사진 한 장만으로 결정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케이지 안에 갇혀 지내는 일반 보호소와 달리 다른 친구들과 뛰어 놀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입양카페에서 입양 희망자들과 자주 만나다 보면 혼종견, 대형견, 노령견도 자신들의 매력을 더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입양카페를 통한 입양 문화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며 “입양카페 관리가 일반 보호소에 비해 더 많은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만큼, 현재 6곳인 펠로우(포인핸드 협약 입양카페)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포인핸드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수도권 내 15개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비 절반을 할인해 주는데, 이 혜택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구하고 있다.

노화로 왼쪽 눈에 백내장이 생겨 입양 희망자들에게 외면 받다, 힙합가수 제리케이에게 지난해 초 입양된 ‘사자’. 제리케이는 지난해 11월 ‘사자’를 주제로 한 노래 ‘오드 아이(odd eye)’를 발표하기도 했다. 포인핸드 제공

2013년 말부터 최근까지 포인핸드를 통해 새 가족을 찾은 유기동물은 최소 5만마리.

이 대표는 “일부에서 투자 제의를 하며 더 크게 사업을 확장하자고 하지만, 적극적인 외형확장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라고 했다. 포인핸드 운영에 점차 더 많은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사용자들이나 유기동물 입양자들에게 별도의 금액을 요구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다. “캠페인과 굿즈 판매, 크라우드 펀딩 같은 방법을 통해 적지만 운영비도 마련하고, 느리지만 입양문화도 서서히 바꿔야죠. 아직 마이너스 통장 잔고도 남아 있습니다. 하하.”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santafe2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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