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손이 닿지 않는 탁아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입력
2019.11.07 16:32
수정
2019.11.07 19: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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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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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사회복지 선진국이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로 여러 사회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1945년 노동당이 첫 집권하면서 정부는 사회 낮은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떨까. ‘아이들의 계급 투쟁’은 탁아소의 모습을 통해 쇠락하는 영국의 사회복지 일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영국에서 보육사로 일했던 일본인이다. 저자는 2008~2010년, 2015~2016년으로 시기를 나눠, 자신이 일했던 빈곤 지역 내 무료 탁아소의 모습을 전한다. 각 시기마다 탁아소 아이들과 가족의 삶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담담히 그려내며 가난이 아이들이 삶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보여준다. 책에서 묘사된 시기는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며 사회 전반 복지제도가 점차 축소되던 때다.

긴축 정책이 시행되며 탁아소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보육비 지원을 받는 아이들과 이들 부모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차가워졌고, 건강한 교육 현장이던 탁아소는 버려진 공간이 됐다. 이 사이 영국은 밥 굶는 사람이 속출하는 나라가 돼 가고, 아이들이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상승의 기회는 사라졌다.

현장 체험을 한 저자가 영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관찰기이기에 책은 생생하면서도 엄중하다. 인종 차별에는 반대하면서 자신보다 불우하게 자란 이웃을 경멸하는 ‘소셜 레이시즘’이 확산하고 있는 현재의 영국, 그리고 세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다.

아이들의 계급투쟁

브래디 미카코 지음ㆍ노수경 옮김

사계절 발행ㆍ332쪽ㆍ1만7,0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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