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찐이다’

입력
2019.11.08 04:40
29면
‘찐’은 ‘진짜’, ‘최고’, ‘아주 좋음’의 뜻으로 쓰였다. ‘진짜’에서 ‘진(眞)’을 떼어 세게 발음한 것이 ‘찐’인데, 진실 또는 최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찐’은 ‘진짜’, ‘최고’, ‘아주 좋음’의 뜻으로 쓰였다. ‘진짜’에서 ‘진(眞)’을 떼어 세게 발음한 것이 ‘찐’인데, 진실 또는 최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찐’이라는 인터넷 새말이 크게 유행이다. ‘농담인 줄 알았더니 찐이었네’, ‘서초가 찐이다’, ‘이 오빠 찐이다’, ‘이번 염색 찐이다. 흠잡을 데 없네’에서 ‘찐’은 ‘진짜’, ‘최고’, ‘아주 좋음’의 뜻으로 쓰였다. ‘진짜’에서 ‘진(眞)’을 떼어 세게 발음한 것이 ‘찐’인데, 진실 또는 최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찐’은 ‘저 둘은 진짜 찐이다’, ‘여주 ㄹㅇ 개찐이다’처럼 ‘진짜’나 ‘ㄹㅇ(레알)’의 꾸밈을 받기도 하고, ‘개찐’과 같이 뜻을 강조하는 접두사 ‘개-’가 덧붙어 쓰이기도 한다. ‘이사람... 찐이다 찐’에서는 ‘찐’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단순히 ‘진짜’라고 해서는 믿지 않고, 또 진실을 전달하기도 어려워서 누리꾼들은 ‘진짜 찐’ 같은 새로운 동어반복 구성을 쓴다.

‘찐’은 관형사나 접두사처럼 다른 말을 꾸미면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쉽게 보기 힘든 찐 돼지국밥’, ‘찐다람쥐 같고’, ‘찐오소리들의 정모-서초 달빛집회’, ‘너무 찐사랑으로 좋아해’가 그런 보기들이다. ‘보이면 찐 들이댈게요’에서 ‘찐’은 부사로 쓰였고, ‘이 녀석 찐으로 좋다고’, ‘찐으로 놀란 우리 아기’에서 ‘찐’은 조사 ‘으로’와 붙어 부사어로 쓰였다.

부사 겸 명사 ‘진짜’가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거짓이나 위조가 아닌 참된 것’의 뜻을 가졌다면 ‘찐’은 문법적 기능과 뜻이 더 넓다. ‘진짜’와 달리 접두사 기능이 있으며, 단순히 ‘가짜’ 또는 ‘짜가’에 대응되는 말이 아니라 ‘최고’, ‘최상’의 등급을 표시하는 뜻까지 가졌다. 거짓을 숨기고 남을 속이기 위해 화려하게 꾸미는 세상에서 누가 ‘가짜’고 누가 ‘진짜 찐’인지 찾아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소중한 때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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