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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수원 감성카페거리

[수3]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일 수원 열기구에서 바라본 수원 화성 성곽길. 성곽길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해 있다. 서재훈 기자

창룡문(동)·화서문(서)·팔달문(남)·장안문(북) 등 4개의 대문이 완벽하게 복원, 보존돼 있는 경기 수원시 화성(華城).

화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도시로 평가 받고 있으며, 화성 성곽과 행궁 등 각 건축물은 그 기술이 뛰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관광지로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원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한 3개의 핫플레이스 거리가 있다.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위쪽 빨간색 선), 행궁을 한 바퀴 일주하는 성곽길(파란색 선), 수원의 인사동 공방거리(왼쪽 아래 보래색 선) 등이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고즈넉한 느낌의 화성에는 최근 가장 핫하다는 3곳의 거리가 있다.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선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와 임금님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성곽길’, 아마추어 작가들이 모인 수원의 인사도 ‘공방거리’ 등이다.

채희락 수원문화재단 관광사업부장(관광학 박사)이 말하는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투 카페, 투 쇼핑’이다. 최소한 두 군데에서 밥과 커피를 마시고, 역시 두 군데 이상의 쇼핑을 즐긴다는 의미다. 그는 “성곽길을 따라 걷다 카페거리로 내려와 음식과 차를 마시고, 다시 성곽을 따라 간 뒤 공방길에서 쇼핑을 해 보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수원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에 위치한 카페 대부분은 외벽을 그대로 둔 채 내부만 리모델링 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 인테리어만 마친 한 카페가 주변 주택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재훈 기자

◇쉼이 있는 행궁동 감성카페거리(행리단길)

지난 3일 오전과 5일 오후 두 차례 감성카페거리를 찾았다. 거리 안쪽 건물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선생 생가도 나타났다. 고풍스러운 고궁과 달리 현대의 옷을 입은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수원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에 위치한 카페 대부분은 외벽을 그대로 둔 채 내부만 리모델링 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 인테리어만 마친 한 카페가 주변 주택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재훈 기자

그런데 한 눈에 보기에 카페거리라고 하기에 뭔가 부족했다. 수 십여 개의 카페가 길게 들어서 하나의 골목을 채웠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라서다. 미로 찾기 하듯 골목골목을 누벼야 한 곳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곳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야 말로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의 특징이라고 추켜 세운다. 인위적으로 몇몇이 모이기 보다 자기만의 색, 자기만의 공간을 위해 골목 요소요소에 카페를 차렸다는 것이다.

A카페 업주는 “다같이 모여 있으면 서로 비교되기도 하지만 경쟁심이 유발된다”며 “하지만 한쪽에 비켜나 있으면 나만의 독창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에는 옛날 주택의 외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모델링해 카페로 바꾸는 곳이 늘고 있다. 거리 한 켠에 있는 외형을 그대로 갖춘 카페 모습. 임명수 기자

이들 카페들은 화려한 간판이나 안내 표지판이 없는 곳도 수두룩했다. 반대로 출입문을 자판기 모양처럼 만든 곳도 있다. 외관도 새롭게 지은 건물이 아닌 기존의 낡은 단독주택의 겉모습은 그대로 둔 채 안쪽만 리모델링 한 카페가 대부분이었다. 도색조차 하지 않은 곳도 있다.

수원 행궁동 감성카페거리에는 옛날 주택의 외형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모델링해 카페로 바꾸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 5일 3층 주택의 리모텔링 공사가 한창이다. 임명수 기자

겉모습과 달리 카페 안쪽은 개성이 넘쳤다. 방과 방 사이 벽을 없애는 대신 부수다 만 것처럼 꾸미는가 하면 고풍스러운 가구들을 배치해 옛스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수민(20)씨는 “인위적인 골목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 묻어난 골목이라는 말을 듣고 왔다”며 “카페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고 자연스레 골목을 걸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관광객들이 감성카페거리 화서사랑채 앞을 지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지난 5일 행궁길 감성카페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 카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카페나 음식점들이 골목골목에 듬성듬성 있다 보니 감성카페거리는 한 개의 골목이 아니다. 신풍로·신풍로 46번길, 화서문로 46번·45번·41번·17번길 등 6개의 골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거리에는 현재 60여개의 카페와 50여개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점집이 많기로 유명했던 곳이 단숨에 카페거리로 유명해진 것이다.

[수11] [저작권 한국일보]불과 5~6년 전만 해도 점성촌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행궁동 거리가 카페와 음식점 등이 들어서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수원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서재훈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감성카페거리는 ‘행리단길’로 불린다. 서울의 ‘경리단길’에 익숙한 2030세대 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행궁동의 ‘행’자를 붙여 ‘행리단길’로 불렀기 때문이다.

40년째 이곳에 살았다는 김인순(81)할머니는 “카페가 생기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으니까 활력이 넘치고 좋다”며 “이제야 사람 사는 동네처럼 보이는데 (카페 등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일 수원 열기구에서 내려다 본 화성 연무대 주변 성곽길. 서재훈 기자

▦정조임금의 산책로 화성 성곽길

화성 성곽길은 흙으로 된 산책로다. 성곽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이유는 화성만이 가진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이다. 벽돌로 쌓은 성벽 안쪽에 2단의 흙벽을 쌓아 올렸기 때문에 윗 공간이 남는 것이다.

코스는 서장대를 출발해 성곽을 따라 화서문~장안문~화홍문~방화수류정~창룡문~팔달문~서장대로 돌아오는 것으로 택했다. 이 코스는 1797년(정조 21년) 정월 화성이 완성된 후 정조임금이 직접 말과 가마 등을 타고 돌았던 코스이기도 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장대에서 바라본 화성행궁과 주택가 모습. 서재훈 기자

행궁에서 계단을 통해 서장대로 오르자 수원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성곽길은 특징은 성 안쪽의 고즈넉함과 성 바깥쪽의 화려함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산책로 중간중간 5~10분 간격으로는 화성 건축물도 있어 지루할 새도 없다.

화성 성곽길은 당초 도로로 내려가지 않고도 화성 행궁을 중심으로 성곽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하지만 현재는 팔달문 좌우 각각 200여 m씩 모두 400m를 복원하지 못해 완주는 불가능한 상태다. 시는 예산을 최대한 반영해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오후 해가지는 성곽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이 북포루 앞을 지나고 있다. 저 멀리 아파트 앞쪽으로 왼쪽에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보인다. 임명수 기자
[수7]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일 팔달문 쪽 성곽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단풍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성곽길 한 바퀴는 5.7km,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 건축 양식을 꼼꼼하게 보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성곽길 코스는 전체적으로 서장대와 방화수류정, 창룡문 등 몇몇 곳만 오르막이 있을 뿐 대부분은 평탄한 길이다. 60~70대 어르신들이 다녀도 무릎에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김민지(24)씨는 “친구들과 행리단길에 왔다가 해가 저물었는데 성곽 조명이 너무 예뻐 야간산책 중”이라며 “성곽 밖이 훤히 내려다보여 신기하다. 다음에는 낮에 와서 한 바퀴 일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14]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3일 주말을 맞아 관광객들이 화성 공방거리를 찾아 걷고 있다. 서재훈 기자

▦수원의 인사동, 공방거리

공방거리는 2012년부터 최근 2~3년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거리였지만 현재는 주춤한 상태다. 1970~80년대 서울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상권 중심지였지만 신도시 등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9년 아마추어 작가들이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모여들면서 다시금 거리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나무와 한지, 가죽 등 30여 개의 다양한 제품의 공방들이 들어선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해 여름철 주말에 행궁동 감성카페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했다. 주말을 맞아 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16]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일 화성 공방거리 내 '나무아저씨' 공방 앞에 전시된 재미난 글귀가 새겨진 작품. 서재훈 기자

200개 점포 중 150개가 빈 점포로 남을 만큼 슬럼화 됐던 곳이 공방이 들어오면서 점차 회복돼 갔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비어 있던 점포엔 카페와 음식점들이 입점하며 상생했다.

수원문화재단도 거리 활성화를 위해 2012년 아스팔트 도로를 블록 길로 바꿔 운치를 더하고 인도 폭을 넓혔다. 곳곳에는 벽화도 그려 넣었다.

[수6]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3일 주말을 맞아 화성 공방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공방에 전시된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수19]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3일 화성 공방거리에 강아지 한마리가 앉아 있다. 서재훈 기자

하지만 이곳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가지 못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하나 둘 떠나갔기 때문이다. 현재는 15개 정도만 남았다.

2009년 가장 먼저 이곳에 입점해 거리 살리기에 나섰던 ‘나무이야기’ 공방 박영환(59) 대표는 “전시공간 확보, 아마추어 작가들의 무대 제공, 7080 LP음악실, 미니공연 등 작은 공연과 전시 등 열어 제2부흥에 나설 계획”이라며 “공방거리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중인만큼 관광객들도 더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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