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는 1등급, 외고는 3등급까지… 학종 ‘고교 후광효과’ 뚜렷

입력
2019.1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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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0일 앞둔 지난 4일 전북 전주 호남제일고에서 한 고3 수험생이 복도에 서서 공부를 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0일 앞둔 지난 4일 전북 전주 호남제일고에서 한 고3 수험생이 복도에 서서 공부를 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과학고 > 외고ㆍ국제고 > 자사고 > 일반고.’

외고는 평균 내신등급 3등급, 일반고는 1등급이 같은 대학에 지원하는 등 주요 대학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전 과정에서 고교서열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 선발 때 지원자 출신 고교 재학생의 대학 평균 학점, 중도탈락률 정보까지 확인하는 등 특정한 고교 유형을 우대하고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교육부가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지난 2016학년도~2019학년도 4년간 202만여건의 지원자 전형 자료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학종 선발 비율과 자사고ㆍ특목고 학생 선발 비율이 높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다.

이에 따르면 학종 전 과정에 걸쳐 각 대학의 지원자, 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 자사고, 외고ㆍ국제고, 과학고’ 순으로 높았다. 실례로 2019학년도 A대학 지원자의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1.98등급) 자사고(3.44등급) 외고ㆍ국제고(3.62등급) 순이었다. 합격자 순서도 일반고(1.30) 자사고(2.26) 외고ㆍ국제고(2.86)로 동일했다. 해당 대학의 고교유형별 합격률(합격자/지원자)도 외고ㆍ국제고(19.5%), 자사고(5.7%), 일반고(4.3%) 순으로 나왔다.

특히 일부 대학들은 평가자에게 특정한 고교 유형이 우대받을 수 있는 고교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중 5개 대학은 지원자 고교 출신 졸업생의 해당 대학 진학 현황, 해당 대학 학점, 중도탈락률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한 대학은 평가자에게 고교 유형,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여부 등을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고등학교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금지 사항과 같은 부적절한 정보를 대학에 적극 제공한 사례도 드러났다. 여기에는 ‘고교 프로파일’이 이용됐다. 고교 프로파일은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각 학교별 교육과정과 환경, 여건 등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다.

여러 외고가 이 고교 프로파일에 ‘공인어학시험 성적 만점자 명단’을 탑재하고 있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한 고등학교는 우수한 학생이 모여 있어 내신이 불리함을 강조하기 위해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과 교과과정별 내신성적 분포 자료를 첨부하기도 했고, 또 다른 고교는 대학 교수와 진행한 R&E(특정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소논문 또는 보고서를 쓰는 활동) 자료와 참여 학생 명단을 올려 놓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종 평가 과정에서 고교의 후광 효과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난 10년 동안 양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질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며 “추가로 확인할 사항들은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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