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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달 14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끔찍한 범행 직후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태연히 행동을 했던 정황 증거들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고씨에 대한 6차 공판이 진행된 지난 4일 제주지법 법정에서 검찰은 지난 5월 25일 범행 당일 제주 모 펜션에서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범행 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고씨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임을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범행 직후 고씨가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고씨와 펜션 업주와의 통화 내역을 처음 공개했다. 통화는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날 오후 8시43분에 이뤄진 최초 통화에서 고씨는 활달한 목소리로 웃음소리까지 내면서 아이를 재워야 한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어 오후 9시20분 통화에서는 고씨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던 아이와 펜션 업주의 통화 내용만 녹음됐고, 고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직후로 추정되는 오후 9시50분 통화에서는 고씨가 아들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엄마 청소하고 올게요”라는 내용과 함께 펜션 업주와 보일러 이용 방법 등에 대해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내용도 녹음됐다.

검찰측은 “통화 내용 중 아들에게 물감놀이를 하고 왔다고 둘러대는 것 등을 봐서 이날 오후 9시50분 전에 (피해자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또 그동안 고씨측이 주장대로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면, 그런 상황이 발생한 직후 이같은 내용의 통화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고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이날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한차례 정도 흉기로 전 남편을 찔렀다는 고씨의 주장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펜션 내부 혈흔 형태 분석 결과로 반박했다. 검찰은 펜션 내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흉기로 15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혈흔인 ‘정지 이탈흔’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고씨측은 지난 9월 2일 2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요청했던 펜션 내 현장검증을 스스로 철회했다. 당초 고씨 변호인측은 펜션에서 고씨와 피해자의 동선을 설명하면서 우발적인 범행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방위를 입증하려 했었다.

검찰은 지난 5월 17일 펜션 예약 과정에서 녹음된 통화 내용 중에 고씨가 펜션 업주에게 “저희 가족만 쓸 수 있는 거죠? 주인 분이 왔다갔다하지는 않나요?”라고 투숙 중에 펜션 업주의 방문 여부를 꼼꼼히 물어보는 내용과 투숙객에 대한 질문에 “남편이랑, 저랑, 애기랑 3명이고요”라고 답한 것도 사전에 범행 장소를 준비한 정황증거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씨 변호인측은 “(통화 내용은) 아이를 안심시키고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경황이 없었을 뿐 침착하게 반응한 정도는 아니”라며 “또한 남편과 셋이 (펜션을) 쓴다고 한 것도, 아이와 둘이서만 가면 이상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며, 고씨를 상대로 한 검찰과 변호인측의 피고인 신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검찰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씨를 이번 주중에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고씨를 기소하면서 고씨의 전 남편 살해 재판에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면, 재판부도 재판의 효율성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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