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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모은 디즈니의 화제작 실사판 ‘알라딘’ 속 자스민 공주는 스스로 술탄이 되려 할 정도로 주체적 의지를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예전 동화의 주인공 웬디, 헤르미온느, 인어공주, 소공녀 등이 지금 재탄생 한다면 어떤 주도적 의지를 갖게 될까. 이런 관점에서 고전 동화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책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을 소개한다.

책은 꿈과 환상의 세계인 줄만 알았던 ‘피터팬’의 네버랜드에서 시작한다. 네버랜드는 어른이 살수 없는 세계였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네버랜드는 남자 어린이에게만 허락된 유토피아일 뿐이다. 요정인 팅커벨을 제외하고 유일한 여성인 웬디는 피터팬의 찢어진 그림자를 꿰매고, 아이들의 양말을 깁는 소위 ‘엄마’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저자는 모성애 신화와 여성에게 치우친 양육 부담을 지적하며 우리가 “여전히 웬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소녀들에게 입장권을 주지 않는 네버랜드라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을 되찾은 소녀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던 동화 ‘소공녀’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단순히 부자라는 이유로 주어진 특별대우를 당연한 듯 만끽하는 사라의 행동에서 저자는 귀족주의와 선민의식을 찾는다. 노력 없이 남성의 도움으로 다시 부와 명예를 회복한다는 점에서도 사라는 현대의 주체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몰랐거나 잊혔던 작품의 의미도 발견할 수 있다. 남자만 왕이 될 수 있어 성별을 감추고 산 공주, 그리고 그 공주의 왕위 승계를 위해 주방 도구까지 들고나와 남성들에게 맞서 싸운 여성들을 다룬 동화 ‘리본의 기사’ 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왕자의 선택을 받아 결혼하는 옛날 동화 속 주인공들을 수동적이라며 무조건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이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던 당시에 결혼이란 필사적인 문제였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웬디가 동생들의 양말 꿰매기를 거부한다면?’ ‘인어공주에게 조금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다면?’과 같은 상상 속 뒷이야기를 덧붙여 속 시원함도 선사한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녀들이 현대에 나타난다면?”이다.

박고은 PD rhdms@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 PD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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