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talk] 대기업 저격?... 마켓컬리 당돌한 광고

입력
2019.11.04 04:40
수정
2019.11.04 10: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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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개된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관련 15초짜리 TV 광고.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공개된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관련 15초짜리 TV 광고. 방송화면 캡처

“전지현이 나오는 2탄 광고도 준비 중이라고?”

최근 유통업계가 한 스타트업의 도발적인 광고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을 시장에 처음 도입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기업 ‘마켓컬리’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마켓컬리 TV광고는 위트를 넘어 노골적인 메시지로 업계를 놀라게 했는데요. 광고 내용은 단순합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노란색과 흰색, 빨간색, 초록색 등의 배송 차량이 차례로 줄지어 지나갑니다.

이때 영화 ‘시스터 액트’ OST로 유명한 곡 ‘아이 윌 팔로우 힘(I will follow him)’이 흐릅니다. “그를 따르리. 그가 가는 곳은 어디든 가리~” 이들 차량이 누군가를 따라간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화면이 바뀌자, 차량들은 마켓컬리의 상징인 보라색 배송 차량 위에 올라타 있습니다. 크기도 ‘장난감 미니카’ 정도로 크기가 줄어서 말이죠. 뒤이은 멘트 역시 직설적입니다. “컬리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컬리의 뒤를 따라오실지는요.”

고작 15초짜리 광고라고 무시하기엔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미니카로 둔갑한 배송 차량들이 사실은 대기업 ‘공룡 유통사’를 비유한 것이라면 말입니다. 업계에선 ‘노란색=SSG닷컴(신세계그룹)’ ‘흰색=쿠팡’ ‘빨간색=롯데슈퍼(롯데쇼핑)’ ‘초록색=헬로네이처(BGF)’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 공룡들은 지난 2015년 ‘샛별배송’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했던 마켓컬리의 전략을 현재 모두 도입했죠. 마켓컬리 입장에선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마켓컬리는 이들을 ‘후발주자’로 표현하며 '국내 새벽배송 1위'라고 강조합니다. 수적으로 앞선 새벽배송 시장에서 대기업들과 경쟁구도로 보여지는 게 불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켓컬리의 1일 평균 새벽배송 건수는 4만건인데요. 지난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한 ‘SSG닷컴’의 하루 평균 새백배송 물량은 5,000건이며 향후 1만건으로 늘릴 예정이죠.

이러한 이유로 항간에는 마켓컬리가 SSG닷컴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SSG닷컴이 최첨단 자체 물류센터를 언론에 공개한 데 이어 새벽배송에 대한 홍보도 적극적으로 전개해 업계를 긴장시켰으니까요. 새벽시장의 문을 연 마켓컬리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 정서상 노골적으로 경쟁사들을 저격하는 TV광고는 드물지만, 불문을 깬 시도에 평가는 엇갈립니다. 스타트업의 대기업을 향한 당돌한 메시지에 “시원하다”는 평이 있는 반면,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쓴 소리도 들립니다.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두 배인 8,000억원으로 전망되는 새백배송 시장의 패권 다툼이 호락호락할 리 없죠.

마켓컬리는 그간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려왔습니다. 지난 9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사를) 매각하지 않으며 상장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죠. 이번 광고가 그녀의 마음이 담긴 ‘쐐기’ 광고로 봐야 할 것도 같습니다.

마켓컬리는 이달 초 2차 광고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배우 전지현을 내세워 또 한번 깜짝 놀랄 만한 스토리를 보여준다는데요. 1차에 이어 2차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과 마켓컬리는 공개 일정을 두고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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