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오지 마시라” 조문 사양에도 각계 애도 행렬

입력
2019.10.30 17:42
수정
2019.10.31 00: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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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별세 이튿날, 야당 대표들 조문… 아베 위로전 전달

與 인사는 발길 돌려… 문 대통령 “평소처럼 국정 살피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손주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손주와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별세한 모친 강한옥 여사의 장례식을 “가족과 친지끼리 치르겠다”고 했지만, 빈소가 차려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엔 30일 종일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3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국정에 전념해줄 것을 단단히 지시했다고 한다. 빈소가 차려진 남천성당 근처에는 조문객 신원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경호인력이 배치됐다.

‘가족 외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으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시작으로 야당 대표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날 밤 부고를 직접 알렸다고 한다. 정 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문 대통령이) 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 어머니가) 어렵게 자녀를 키우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마음을 기억하며 대통령께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나 원내대표는 “나라의 큰 어른의 상이기 때문에, 조문을 오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ㆍ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국민을 통솔하는 분인 만큼, 개인적 아픔을 잘 삼키고, 차분하고 훌륭한 자세로 상주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심 대표는 “먼 길 떠나시는 어머님을 배웅해드리는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부산성베네딕도수녀원 수녀들이 30일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부산성베네딕도수녀원 수녀들이 30일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한 7대 종단 인사 20여명도 빈소를 찾았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속에서 문 대통령은 종교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이자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 모습도 보였다.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대표’ 자격으로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이 저녁 식사를 할 때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총리는 “(대통령께) 몇 가지 보고를 드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과의 관계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조문했다. 거제에서 탄생한 문 대통령의 탯줄을 직접 잘라 준 할머니의 자제들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고 강한옥 여사는 북한 함경도 흥남 출신으로, 1950년 흥남 철수 때 문 대통령의 선친과 거제로 피란을 왔다.

주한 외교사절들의 모습도 다수 보였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일본대사는 조문을 마친 뒤 아베 총리의 위로전을 전달했다. 또 안드레이 쿨릭 러시아대사, 추궈홍(邱國洪) 중국대사,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 순으로 조문이 이어졌다.

성당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두 차례에 걸쳐 빈소를 찾았지만 끝내 조문하지 못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문 요청을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 유족의 뜻을 이해 바란다”며 양해를 구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일동 명의의 화환도 돌려 보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5시 40분쯤 남천성당에 도착해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에 참석한 인사는 “위령을 위한 미사였고, 대통령 내외와 친지, 신도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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