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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6일 새벽 수행원들과 함께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는 사진 속에서 뒤편에 주차된 미니버스의 모습이 포착됐다(노란 타원). 뷰엔팀이 이 차량의 외형을 토대로 다수의 해외 자동차 판매 사이트 등에 게시된 미니버스 사진들과 대조해 본 결과 중국 무단자동차의 ‘MD5401’ 또는 ‘MD6601’ 모델(아래 사진)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지휘 차량과 동일한 차종으로 보이는 중국 무단자동차의 ‘MD5401’ 또는 ‘MD6601’ 모델. 사진상으로 차량에는 MD5401이라고 표시돼 있으나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매물 정보에서는 MD6601로 표시되어 있다. ‘ecer.com’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6일 새벽 수행원들과 함께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는 사진의 원본. 김 위원장 일행 뒤쪽에 미니버스가 주차돼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8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해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한 이동 지휘소는 중국산 미니버스를 부분 개조해 만든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다수의 해외 자동차 판매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 올라온 수백 종의 차량 정보를 조회한 결과 중국 무단자동차(牧丹汽車ㆍMudan Auto)의 미니버스 ‘MD5401’ 또는 ‘MD6601’ 모델이 김 위원장의 지휘 차량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 차종은 용도상의 차이가 있을 뿐 제원이나 성능은 거의 비슷하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8월 1일과 6일, 11일, 16일 김 위원장이 모니터와 전화기 등이 설치된 차량 내부에서 신무기 발사 시험을 지휘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장면을 잇따라 공개했다. 건물 내부 또는 실외에 마련된 고정 참관석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던 과거와 달리 김 위원장 스스로 이동하며 전략 지휘와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 이 차량의 정체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은 차량 내부만을 제한적으로 공개할 뿐 차량의 전체적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는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실마리는 8월 6일 새벽 김 위원장이 실외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는 사진 속에 숨어 있었다. 또렷하진 않으나 김 위원장 일행 뒤편에 세워져 있던 버스의 후면과 측면이 부분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이를 무단자동차의 미니버스 MD5041 및 MD6601과 비교해 보면 후면과 측면 유리창과 스포일러, 엔진룸 덮개 등의 형태가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후면 유리창 윗부분의 형태가 약간 다르지만 같은 모델이라도 연식과 선택 사항의 조합에 따라 변형이 많은 점을 감안해 동일한 차종으로 추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16일 지휘 차량에 올라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차량 내벽과 바닥(노란색 원) 형태가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단 자동차의 미니버스 내부(아래 사진) 형태와 동일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단자동차 MD6601의 내부. ‘made-in-china.com’ 화면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8월 1일 지휘 차량에 올라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차량 내벽과 바닥(노란색 원) 형태가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단 자동차의 미니버스 내부(위 사진) 형태와 동일하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문제는 이것만으로 사진 속 미니버스가 김 위원장의 이동 지휘소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 해당 차량이 수행원을 실어 나르기 위한 단순 수송 버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 내부에 대한 비교가 필요한데,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격벽을 세운 데다 천장, 좌석 등 차량 내부의 상당 부분이 개조돼 있어 기성품과 단순 비교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휘 차량의 창문 아래쪽 내벽과 바닥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B2B 전자상거래 전문 사이트 ‘Made in China’에 게시된 동일 차량의 이미지와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개조 시 차량 활용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은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단자동차의 MD5401과 MD6601은 일본 도요타(TOYOTA)사가 제작한 ‘코스터(Coaster)’의 디자인을 본뜨고 이스즈(ISUZU)사 등의 엔진을 탑재한 일종의 ‘짝퉁’ 버스다. 일부 판매 사이트에서는 ‘도요타 코스터를 복제한 미니버스’로 소개할 정도다. 판매가는 옵션과 수량에 따라 다양한데, 판매 주체에 따라 6대를 한꺼번에 주문할 경우 대당 1만5,000달러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최첨단 전략무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중국산 짝퉁 버스를 최고지도자의 이동 지휘소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평범한 차량으로 미국의 밀착 감시를 피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형 버스나 특수한 군사 장비는 미국의 밀착 감시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기술이나 물자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차량을 이동 지휘소로 활용함으로써 은폐 능력을 키워 미국의 감시망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에 등장한 지휘 차량의 외장 색깔이 시판용 그대로인 점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비교]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단 미니버스(왼쪽)와 김 위원장의 이동 지휘소 내부. ‘made-in-china.com’ㆍ화면 캡처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비교]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단 미니버스(왼쪽)와 김 위원장의 이동 지휘소 내부. ‘made-in-china.com’ㆍ화면 캡처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26일 건물 내부에 설치된 참관석에 앉아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지난 2017년 2월 13일 건물 내부에 설치된 참관석에서 북극성 2형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신무기 개발은 한마디로 ‘이동식’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올해 10여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한 북한의 신형 미사일 대다수는 고체 연료와 이동식 발사대(TEL)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주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액체 연료를 사용해 고정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것과 비교할 때 더욱 신속하고 은밀한 도발이 가능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동 지휘소 공개는 향후 다양한 지역에서 예측불허의 도발을 감행하고 지휘 통제할 수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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