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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을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일하는 게 맞을까? 여성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장인이라면, 특히 여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누가 속 시원하게 그 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한국일보 영상콘텐츠 채널 ‘프란’(PRAN)이 매주 볼만한 문화 콘텐츠를 선정해 소개하는 코너 ‘프란픽’, 이번 주 콘텐츠는 책 ‘출근길의 주문’ 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다혜 씨네21 기자로,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책을 썼다. 그가 말하는 해법을 들어보자.

이다혜(이기자) :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잖아요. ‘사회생활을 할 때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그 다음에 또 한 가지는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또 한 가지는 나이가 마흔 정도 되면 직장에서 제 동년배가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승진을 해요. 그리고 여자들은 사라져요. 연락이 끊기는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 보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또 어떤 경우는 원치 않는 방식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사회활동을 거의 줄이는 경우도 있는 거예요.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생각을 하다 보니까 이게 한국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하고 관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 그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말글 사용법'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말과 글이라고 하는 것은 일을 만들고, 또 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는 거죠. 기술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공들여 닦지 않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누구나 말할 줄 알고, 누구나 글 쓰고 읽을 줄 알기 때문인데요. 제가 최근에 ‘미투‘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최근 1, 2년 사이에 겪으면서 이 말과 글이라고 하는 게 여성들에겐 조금 더 잘 다듬은 무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내 생각을 분명히 하고. 그 생각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사람들과 더 많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고.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얘기를 할 때 말끝을 확실하게 다듬으라는 거예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딱 부러지게 하면 너무 융통성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거예요. 근데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남자들한테는 자기 확신이 있고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얘기한단 말이죠. 저는 그런 면에서 일단은 말하는 태도부터 다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을 많이 했고, 또 한 가지는 상대방하고 이야기할 때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든가. 그리고 글을 쓸 때도 어떤 상황에 대해서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가를 중심으로 쓰기보다는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라는 것들을 중심으로 사건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도 습관이 필요합니다.

'여성의 네트워킹' 부분은 제가 이 책을 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제가 생각하는 네트워킹이라고 하는 것 특히 여성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방식이라는 것은 뭐냐면, 꼭 나랑 같은 회사 같은 업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을 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어 가는 방식이라는 거예요. 세상에는 정말 내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러면 네트워킹하려면 지금부터 아무나 만나서 아무나 하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일을 한 다음에 문자 한 통을 하든가. 아니면 다음에 우연히 마주칠 때 인사 한번 더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성끼리 네트워킹에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라고. 왜냐하면 다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 그렇게 여자 선배가 날 끌어 준 적도 없고, 나 그렇게 기회를 주고받는 거 본 적이 없어’ 생각하시겠지만. 커리어라고 하는 게 장기적인 싸움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결국은 이제 장기 계획에는 나랑 같이 일하는 여성들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일단은 일을 같이하는 것부터 믿고 일을 주고 기회를 주는 것부터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네트워킹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어요. 왜 그러냐면,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지, 그렇게 관계를 통해서 일을 따는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러니까 오히려 네트워킹은 담쌓고 ‘나는 내 일로 승부 할 거야’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틀린 판단이 아니에요. 30대 중반까지는 가능합니다. 계속 시간이 가고, 40대 정도가 되면 누군가의 상사가 되고. 또 누군가 바로 아래에서 결정을 같이해야 되는 상황에 처하는데.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고. 때로는 자기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단 말이죠. 그러면 그런 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하고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하고 차이가 클 수밖에 없겠죠. 내가 술을 마시라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대접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일단 같이 일할 때 일을 잘하는 것. 또 한 가지는 다음에 누군가를 권해야 할 때, 같이 일한 경력이 있는 뛰어난 여성들을 권하시는 것만 해도 정말 많은 발전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실무진에 여자들이 많아야 되고 또 그 실무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갖는 사람들이 여자가 많아야 돼요.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다 같이 잘 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명랑하게 균형 잡기’라고 하는 건 직장생활과 커리어가 다르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거든요. 특히나 자기가 좋은 회사 다니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명함하고 자기를 잘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커리어라고 하는 건 조금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는 거 같습니다. 회사 이름 안에 있을 때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굉장히 많은 혜택을 받아요. 하지만 이제 프리랜서가 되거나 혼자 일을 해야 될 때는 그런 것들이 적용이 안 된다는 거예요. 커리어라고 하는 건 직장 이름과 무관하게 어떤 경우에는 자기 혼자 일하는 경우까지를 염두에 둔 이야기고. 또 한 가지는 커리어라는 관점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직장인들보다는 프리랜서가 훨씬 잘 아는 면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직장 다니시는 분들이 혼자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배우고 들어야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이런 고민은 나만 하고 있고 벗어날 수가 없고 너무 힘들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고민은 똑같이 당신 옆자리에 있는 사람도 하고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막상 말해 보고 의견을 나눠 보면 또 좋아질 수도 있거든요. 근데 그런 기회를 한 번 더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여자들이 일을 하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은 남한테서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근데 자기 확신을 좀 더 갖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남들에게 좀 더 잘 설득하고, ‘우리가 같이 판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혼자 하면은 어렵고 먼 길이 될 수 있지만 같이 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조금은 더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꼭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런 나를 위해 그리고 많은 여성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응원은 하나다 계속해 주세요. 거기에 길을 만들어 주세요. 시야 안에 머물러 주세요. 계속해 주세요”. 계속한다는 게 가장 쉽고도 어려운 것이거든요. 그냥 어저께 한 거 오늘 또 한 번 더 하면 되고요. 오늘 한 거 내일 한 번 더 하면 돼요. 근데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거든요. 누가 보기에도 완벽한 사람이 되면 가장 좋고 그렇게 뭔가 만들 수 있다면 제일 멋진 일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만족스럽지 않은 자리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자기 자신하고 싸우면서 매일매일 버티고 있단 말이에요. 특히나 여성분들은 그런 상황에 많이 처하실 텐데. 그렇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 해도 누군가한테는 굉장히 힘이 되고 격려가 됩니다. 잊지 마시고 계속 일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프란 코멘트. “일하는 여성을 위해, 더 오래 일하기 위해”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전혜원 인턴 PD

현유리 PD yulsslu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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