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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놀라는 분들도 계세요. 어떤 할머니는 ‘장하다, 멋있다, 여자도 이런 거 해야 한다’고도 하시고.”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나나요?

“네, 응원이 됩니다, 정말.”

우연히 근무 교대를 하던 한 여성 기관사. 그는 그 낯선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기관사가 돼야겠다” 이다행(33)씨는 그렇게 기관사가 됐다.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면서 한번도 기관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여성 기관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근데 그 분을 보면서 ‘참 힘든 일 하신다’ 싶기도 하다가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이 기관사는 본인이 다른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람이 됐다.

거미줄처럼 얽힌 서울 지하철은 도시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거대한 지하세계다. 1호선에서 8호선까지 총 구간 길이만 300㎞에, 정거장이 270개가 넘는다. 그러나 출근길, 등굣길 등등 피로가 덜 풀린 몸을 싣고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 우리가 목격하는 지하 세계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열차 길이보다 조금 더 긴 200m 안팎의 정거장과 자신이 탑승한 열차 내부 정도가 우리가 눈으로 짚어 낼 수 있는 풍경의 대부분이다.

사실 길고 긴 철길이 자리잡은 공간 대부분은 우리가 마주 볼 수 없는 껌껌한 터널이며, 이 터널의 진짜 ‘행인’은 서울교통공사에 소속된 1,849명의 기관사다. 그리고 육중한 열차를 고속으로 운행하는 기관사 중에는 33명(1.8%)의 여성이 있다. 24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승무사업소에서 만난 이 기관사는 그 1.8% 중의 한 명이다. 미술을 전공하다 전철 ‘핸들’을 잡게 됐다는 이 기관사는 지하철 맨 앞칸 ‘비밀의 공간’에서 매일 벌어지는 모습을 전했다.

거의 땅 속으로만 다니는 7호선에서 그가 찾았다는 힐링 포인트, 가장 많은 민원이 몰리는 계절, 응급환자의 기억, 4일에 한번은 ‘외박’을 하고 ‘크로스 핏(CrossFit)’으로 몸을 만든다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김영주 인턴PD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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