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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처럼 즐기는 기부… ‘퍼네이션’ 앱 4가지
기부 앱 '불꽃'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화면

“용돈을 받아쓰는 입장이라 매달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건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불꽃’은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대학생 한동희(21)씨는 얼마 전 기부 애플리케이션(앱) ‘불꽃’에 직접 찍은 하늘 사진을 올렸다. 먼지 하나 없이 맑고 푸른 하늘 풍경이었다. ‘미세먼지 없는 교실을 만들어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주어진 미션에 맞춰 사진을 올리면 불꽃에서 이용자 대신 기부금을 지원해줬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데는 많은 돈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2030 사이에 ‘퍼네이션(즐거움ㆍFun과 기부ㆍDonation의 합성어)’이 새로운 기부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번거로운 절차나 기부 금액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기부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일종의 퍼네이션 캠페인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루게릭병에 대한 즐거운 참여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퍼네이션 문화는 이제 놀이 문화이자 기부의 새로운 틀로 자리 잡았다.

퍼네이션 관련 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퍼네이션 앱에는 어떤 게 있을까.

◇내가 찍은 사진을 올리기만 해도 기부 가능

앱 스토어에서 불꽃을 찾아 설치한 뒤 사진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캠페인 주제에 맞는 사진을 연출해 올리면 불꽃이 기부금 1,000원을 이용자 명의로 해당 캠페인 주최 측에 전달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청년들을 위한 청년도시락을 후원해달라’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면 음식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 불꽃에 올리면 된다. 비영리 스타트업이나 이용자 개인이 모금 캠페인을 진행해 후원할 수 있는 캠페인의 종류도 교육, 인권, 환경 등 무궁무진하다. 불꽃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각 모금단체로 전달돼 사업 또는 프로젝트 운영에 사용된다.

앱 '빅워크'를 실행시키고 걸으면 걸음 수만큼 모음통에 금액이 모인다, 캡처화면
◇걷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 히어로가 된다면?

“걷기만 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잖아요. 퇴근길에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요.”

김민선(25)씨는 ‘빅워크’라는 앱을 열어 자신이 걸었던 ‘발자국 기록’을 보여줬다. 앱을 설치한 지 올해로 2년째. 그가 걸은 거리는 총 2,000㎞에 달했다. 현재까지 20만원 가량을 기부한 셈이다.

빅워크 앱을 사용하면 걷는 것만으로 기부를 할 수 있다. 앱을 실행시키고 ‘걸음 시작’ 버튼을 누른 뒤 움직이면 10m를 걸을 때마다 1원이 적립된다. 이를 통해 소아암 환우, 미혼모, 치매 노인 등을 돕고 있다. 금액이 적립되면 이 중 돕고 싶은 단체를 선택하면 된다.

빅워크는 2012년 앱이 처음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200여개의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94만명의 이용자가 지구 497바퀴(약 20만㎞)를 걸은 것과 마찬가지다. 빅워크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앱을 기획하고 있으며,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도 구상 중”이라며 “기부에 참여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겪는 이용자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앱 '올라펫'의 '멍스터치&냥스터치'목록에 접속한 화면. 하루 한 번의 터치만으로 유기견, 유기묘에게 10그램의 사료를 기부할 수 있다, 캡처 화면
◇터치 한 번으로 배고픈 유기견에 맛있는 한 끼를

“꽁꽁 묶인 포대자루 안에서 발견된 강아지 ‘하나’를 아시나요.”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앱 ‘올라펫’에 10월의 사연으로 ‘남양주 유기견 보호소’ 이야기가 올라오자 “줄 게 밥 밖에 없네, 많이 먹고 힘내자”는 이용자들의 따뜻한 응원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올라펫에는 사료 기부가 절실한 유기견·유기묘 단체의 사연이 정기적으로 올라온다.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된 강아지와 고양이 200여마리를 돌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작은 터치로 저희에게 힘을 달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이용자가 유기동물을 돕는 방법은 간단하다. 올라펫에서 하루에 한 번 기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배고프다”고 우는 강아지, 고양이 캐릭터의 빈 밥그릇 아이콘을 터치하면 한 번 클릭에 10그램의 사료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올라펫은 매달 적립된 수량을 확인하고 사료를 직접 구매해 보호소와 보호단체에 전달한다. 22일 기준 올라펫에서 누적된 사료 기부량은 총 4,476만 790그램이다. 사료 기부 외에도 반려동물 호텔지도, 유기동물 입양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반려인에게도 유용한 앱이다.

앱 '마이트리'의 가상 공간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 나무를 입양할 수 있다, 캡처화면
◇모바일 나무를 키우면 ‘현실의 숲’이 건강해진다

아파트 단지로 가득 찬 빌딩숲 속에서는 개인이 따로 나무를 키우기 힘들다. 그나마 도심에 조성된 공원이나 작은 숲은 시민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기 일쑤다. 그래서 시작된 고민,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자발적으로 꾸준히 나무를 돌볼 수는 없을까.’

‘마이트리’는 나무 성장 시뮬레이션 게임 앱이다. 조경을 전공한 개발자들이 나무의 실제 특성을 반영, 나무 성장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게임에 적용했다.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주면서 게임 속 나무를 키우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나무 10그루를 최종 성장시키는 이용자에게는 서울숲의 실제 나무에 관한 책임이 부여된다. 마이트리는 이용자 나무의 관리 비용을 후원해 서울숲이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앱을 사용하는 박나은(23)씨는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나무를 입양할 수 있다”며 “실제 나무 품종의 특성이 반영된 점이 신선하다”고 밝혔다.

한채영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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