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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대응 불매운동 타깃…‘80년 전’ 언급 광고가 결정타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타워점 앞에서 대학생겨레하나 회원이 일본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집중 타깃으로 찍히더니 지금은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 된 유니클로. 급기야 정부에서 규제론까지 불거지며 코너에 몰렸습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전에 승승장구해왔던 유니클로는 어쩌다 공분의 대상으로 추락한 걸까요.

 
 ◇불매운동의 표적… 잇따른 한국 조롱으로 공분 

유니클로는 지난 1963년 ‘고품질, 합리적 가격’을 컨셉으로 시작한 일본 태생의 캐쥬얼 패션 브랜드입니다. 하얀 셔츠 한 장을 단돈 1만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현재는 일본뿐 아니라 해외 23개국에 진출하는 등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건 2005년입니다. 일본 시장을 석권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의류 품질과 중저가 가격경쟁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한국 진출 10년 만인 2015년에는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2,000억을 넘어섰습니다.

꽃길만 걷던 유니클로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때부터였습니다.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하자 일본 정부는 보복 조치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죠. 이에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됐습니다. 온라인에서 불매운동 대상 일본 기업 목록이 공유됐고,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는 의류업체였던 유니클로가 핵심 타깃이 된 거죠.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은 16일 한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성공한 것은 주가뿐이다. 한국인의 반일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불매운동은 유니클로가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집중 비판을 받은 건 불매운동 초기였던 지난 7월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조롱성 발언이 계기가 됐습니다. 본사의 재무담당 임원이 “한국의 불매 운동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게 회자되면서 성난 민심에 불을 지폈죠. 이후 국내 유니클로 매장 곳곳에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어요. 비판적 시선 때문에 매장 방문객은 급감했고 유니클로 매출도 급전직하했습니다. 거센 바람을 타고 진행된 불매운동으로 인해 7~8월 매출은 60%까지 떨어졌으니까요.

하지만 9월 이후 출시한 가을 신상품과 할인 공세로 이번 달 초부터 유니클로가 다시 살아난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죠. 여기에 야나이 유니클로 회장이 일본 기업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데 성공한 것은 주가뿐이다. 한국인의 반일을 이해할 수 있다"며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는 듯한 말을 한 것도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됐죠. 유니클로 브랜드 전체 매출액 중 한국 매출 비중은 약 5.9%로,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니 불매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겠죠.

 ◇”역린을 건드렸다” 위안부 도발에 분노 폭발 

간신히 회복 조짐이 보였던 유니클로는 이번엔 납득할 수 없는 광고 자막 한 줄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문제의 광고는 지난 1일 유니클로 일본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광고로, 국내에선 15일부터 방영됐습니다. 백발의 98세 외국인 여성과 13세 소녀가 패션 컬렉터와 디자이너 역할로 등장하는데, 소녀가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고 질문하자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영어로 답합니다.

그런데 한국 광고에서 해당 대사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된 자막이 달렸죠. 일제 강점기 시절인 80년 전을 굳이 표기한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빗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과거 일본의 잘못에 대해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이 노골적인 조롱을 시도했다는 비판이었죠.

유니클로 측은 “그런 의도가 없었고, 국내 광고에서 80이라는 숫자가 자막에 사용된 건 나이 차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라고 해명했지만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비난이 잇따르자 유니클로 측은 문제의 광고를 내렸지만 공식 사과 입장 발표도 없었습니다.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한 마디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이 위안부 문제를 조롱한 광고 논란 후폭풍으로 절정을 맞게 된 겁니다.

유니클로가 최근 공개한 '후리스 25주년' 글로벌 광고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니클로 광고 영상 캡처
 ◇정부까지 나서 ‘규제’ 정조준, 유니클로 운명은 

이런 논란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의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에서는 유니클로를 사업조정 대상 점포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우리나라 대기업 계열사로, 사업조정 대상 점포에 해당한다”면서 정부의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죠. 사업조정제도는 대형유통업체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상공인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입니다. 만약 유니클로가 사업조정 대상이 되면 향후 점포 확장 등 사업에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조롱 논란이 인 유니클로 광고를 두고 "굉장히 화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국민적 분노에 정부 규제론까지 겹친 상황에서 유니클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불매운동 이후 정치적 성향을 그대로 노출해 공분을 얻고도 공식 사과나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감정의 골이 쉽게 해소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유니클로는 이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면서 “이제 불매운동을 넘어 진정한 퇴출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죠. 호사카 유지 세종대 정치학과 교수도 “광고를 내렸다고 끝났다고 할 수 없다”면서 “유니클로 측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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