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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7일, 구치소에 갇혀 있던 손모(23)씨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사회로 복귀했다. 그 때까지도 우리 사법부는 손씨가 활개치던 ‘다크웹(Dark Web)’에서 얼마나 많은 아동의 인권이 온라인 상 범죄자에게 처참히 유린됐는지 몰랐던 것 같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문에는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하는 전용 사이트(웰컴투비디오ㆍW2V)를 만든 후 평소 다른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아 모아 두었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업로드 했다고만 언급됐다.

다크웹이라는 용어는 손씨를 다시 가둔 지난 5월 2심 판결문에서야 등장한다. “다크웹은 일반적인 브라우저를 통해서는 게시물이 검색되지도 않고, IP(인터넷주소) 추적도 어렵다”,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수는 128만여명이고, 압수된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아동음란물 등의 용량은 손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총 8테라바이트(TBㆍ파일 약 17만개 분량)가량” 등에서다.

손씨는 익명화한 네트워크로 분산, 여러 나라를 거치도록 해 IP 추적을 어렵게 하는 ‘토르’라는 브라우저를 이용해 다크웹에 접속했다.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미국 군 당국이 만들었다는 다크웹, 그리고 그 보안 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토르가 아동 성착취물로 4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손씨를 지켜주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약 2년 8개월 동안이나 다크웹에서 활개를 쳤던 손씨는 어떻게 덜미가 잡힌 걸까. 판결문에 달린 주석에 그 답이 있다. “(토르 브라우저 사용으로) 다크웹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발견 및 추적이 매우 어렵다. 이 사건도 손씨가 음란물의 썸네일 파일을 자신의 IP에서 곧바로 불러오도록 코딩 해 발각됐다. 손씨는 자신의 IP 노출을 알고 있었고 회원들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지만 경제적 수입을 위하여 그대로 두었다고 진술했다.”

각국 사이버 수사기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크웹 범죄를 수사 중이지만, 손씨의 꼬리가 밟힌 것은 다크웹의 기술적 이유가 아닌 손씨 자신의 탐욕 때문이었던 것이다.

손씨 사건을 계기로 ‘어둠의 세계’, 다크웹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아동 성착취물에 연루된 범죄자에 대해선 양형을 늘리고 감시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다크웹에선 또 아동 음란물만이 아니라 마약 유통, 돈세탁, 무기 거래, 테러 모의까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이 적발한 대표적인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에서는 2년간 총 1,500만건, 2억 달러가 넘는 거래가 오갔으며 이 곳에서 유통된 마약에 중독돼 사망한 이만 6명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국내 접속자만 1만2,000여명을 넘어서는 등 한국의 다크웹 사용자 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검찰도 지난 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 다크웹 전문 수사팀을 꾸리고 사이버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과 공조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한계를 모르고 덩치를 키우는 정보통신(IT) 기업과 정부의 통제로부터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싶은 선량한 이용자 또한 적지 않은 만큼 다크웹 자체를 범죄 시 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다크웹이라는 어둠의 바다에서 손씨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사회와 수사 당국은 다크웹의 부작용에 제대로 대처할 준비가 돼 있을까.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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