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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드사진 작가 타이피엔 인터뷰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베트남에서 전시가 금지됐던 누드사진들이 서서히 공공의 장으로, 양지로 나오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사진 작가인 티엔 피엔(59)씨가 자신의 작품이 프린트된 수석(壽石) 앞에서 촬영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인 타이 피엔(Thai Phienㆍ59)씨는 최근 베트남 정부가 ‘누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는 베트남을 읽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했다. 그는 또 “검열 당국의 순수예술 표현 제한은 예술을 가장한 ‘악’들이 더욱 활개 치는 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베트남에서 보다 다양한 작품들의 전시회가 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피엔씨는 지난 2007년 베트남 최초의 누드 사진집 ‘Springtime’(봄철)을 내 큰 성공을 거뒀다. 세계인명사전 ‘후즈후’에도 등재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은 작가이지만, 그의 나라가 그의 작품에 관대하지 않았던 까닭에 스페인 등 해외 60여개국을 떠돌며 전시회를 가졌다. 이번에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작품으로 구성된 누드 전시회를 가진 그를 22일 호찌민시 미술협회에서 만났다.

-개인 전시회를 열기까지 걸린 시간은.

“12년이다. 2007년 처음 당국으로부터 누드 사진 전시 허가를 받았지만 내 작품을 걸어주겠다는 갤러리가 없었다. 하노이의 수많은 갤러리를 찾아다니면서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이야기해도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결국 전시 허가 기간 만료로 작품을 어디에도 걸지 못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였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은 누드를 받아줄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다만, 이후 전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곳이 있어 두 번째 시도를 했는데, 당시(2007년)에는 껀터대교 붕괴, 조류독감 확산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 세 번째 전시회 허가 신청 때도 여러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난 그때 선언했다. 베트남에선 전시회를 열지 않겠다.”

티엔 피엔(59)씨가 자신의 작품이 프린트 된 수석 옆에 포즈를 취했다. 그는 자신의 누드사진 작품이 수석을 만나 더욱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됐다고 했다.

-이번에 허용된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해 7월 사진협회 차원의 전시회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허가한 전시회로, 나를 포함 10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그게 베트남 최초의 누드 사진전이다. 선례가 있었던 데다, 이번 전시회의 경우 사진 작품이 수석(壽石) 위에 표현돼 예술성이 강조됐다. 사진보다는 예술작품이 전시 허가를 받기 쉽다.”

-정부 태도가 바뀐 이유는.

“예술 작품 등에 대한 수요 증가와 같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보다 베트남이 개방된 국가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신기술 발달로 장벽은 사라지고, 베트남은 외부 세계와 더욱 가까워졌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베트남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누드사진 전시에 대한 주변 반응은.

“여성의 몸은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편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들을 작가들은 왜 자기들끼리, 집에만 놓고 보고 있었냐’고 이야기한다. 누드 작품은 클래식 음악과 같다. 어느 수준의 감수성이 있어야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예술은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성 상품화 지적이 있다.

“우리 베트남 예술인들은 베트남 여성의 몸을 홍보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한다. 우리는 베트남 여성의 자연미, 순수미 찬양을 위해 작업하고 있다. 인터넷의 수많은 음란물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이 순수 예술이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검열 당국이 순수 예술의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예술을 가장한 ‘악’들이 더욱 활개 치도록 해주는 것과 같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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