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부산 다방 여종업원 살인’ 피고인 ‘무기징역→무죄’ 확정판결

입력
2019.10.22 14:58
수정
2019.10.22 15:03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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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산의 한 다방 여성 종업원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다섯 번 재판 끝에 무죄를 확정 받았다. 경찰 재수사로 15년 만에 용의자가 검거됐다던 사건이었지만, 무죄 판결로 사건은 다시 장기미제로 남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양씨는 2002년 5월 부산 한 다방에서 퇴근하던 A(당시 22세)씨를 납치해 흉기로 살해한 후 시신을 마대에 담아 강서구 앞바다에 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다음 날 A씨 통장에 든 296만원을 찾고 같은 해 6월 한 은행에서 알고 지내던 여성 2명을 시켜 A씨의 적금을 해지해 챙긴 혐의도 받았다.

A씨 시신은 범행 9일만에 바다에서 발견됐지만, 사건은 10여년 이상 미궁에 빠졌다.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일명 태완이법)이 개정된 2015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예ㆍ적금을 인출한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2017년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선 배심원 9명 중 7명이 유죄평결을 했다. 재판부는 4명이 무기징역, 3명이 사형 등 양형 의견을 낸 것을 고려해 양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하고 적금도 해지했다는 사정이 강도살인의 간접증거가 되긴 매우 부족하고, 마대를 같이 옮겼다는 동거녀 진술도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또 “양씨가 아닌 제3자가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어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직접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갈 정도의 증명력을 가지는 간접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인정된 간접증거를 보더라도 유죄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3자 범행 가능성도 강도살인 혐의와 직접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번엔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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