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석달 만에 수도권 습격… 21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입력
2019.10.20 18:44
수정
2019.10.20 21:4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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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교차를 기록한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안개와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수도권, 강원 영서, 충남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
큰 일교차를 기록한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안개와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수도권, 강원 영서, 충남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연합뉴스

한동안 잠잠했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21일 국내 발생 미세먼지에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선 석달 만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서부 지역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2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자 환경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예비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1, 22일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영서,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그 외 지역은 ‘좋음’~‘보통’ 수준일 것이라고 20일 예보했다. 특히 강원 영서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이틀 연속 모두 ‘나쁨’을 보이겠다. 미세먼지 예보 등급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가운데 높은 등급을 기준으로 발표된다.

이재범 국립환경과학원 총괄예보관은 “21일 오전 대기 정체로 국내ㆍ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데 더해 늦은 오후부터 중국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미세먼지가 북풍을 타고 북한을 거쳐 국내로 유입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겠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22일 오전 더욱 높아지겠다. 이 총괄예보관은 “22일 오전은 국내 유입된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쌓이는 데다 북한을 거쳐 동해상에 잔류하는 국외 미세먼지가 동풍을 타고 들어오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겠다”고 덧붙였다.

22일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자 환경부 소속 수도권대기환경청과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2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 전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예비저감조치는 이틀 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가능성이 클 경우 하루 전에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미세먼지 감축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조치 시행 시간에는 이들 3개 광역 시ㆍ도의 행정ㆍ공공기관 소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가 실시되는데 21일은 차량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다만 경기 북부 지역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과 관련한 차량은 2부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행정ㆍ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운영 시간을 단축하거나 조정하고, 건설공사장에서도 공사 시간을 변경ㆍ조정하는 동시에 방진 덮개 등으로 날림 먼지를 억제해야 한다. 분진흡입청소차 등 도로 청소차 717대도 운영한다.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하는 건 7월 18일 이후 석달 만인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나쁨’을 나타내는 건 5월 24일 이후 다섯달 만이다. 통계를 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0월 말이나 11월부터 높아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0월까지 15㎍/㎥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11월이 되면서 28㎍/㎥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 시기는 농작 폐기물 소각, 난방 증가 등으로 인한 중국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는 때이기도 하다.

올 겨울과 내년 봄에도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지난 겨울ㆍ봄보다 농도가 짙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이 장기예보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자연적인 기상변화와 국내ㆍ외 배출량을 동시에 예측하기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대균 국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미세먼지 예보를 시작한 지 5년 밖에 되지 않았고, 인력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직 장기 예보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변화로 북극 지역 기온이 오르면서 고위도와 저위도 간 대기 이동이 둔화하면서 대기 정체로 인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총괄예보관은 “대기가 이동하지 않고 정체하면 미세먼지 배출원이 있는 지역은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현상이 올 겨울과 내년 봄에 어느 정도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당일부터 이틀 후까지 예측하는 3일 단기예보 시스템을 연말부터 7일 장기 주간예보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관련 중국과 협력사업이 진척되면서 올 12월이나 내년 초부터 예보 결과를 공유하기로도 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항상 국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예보 정보를 교류하면 국내 예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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