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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국장감사장.

“윤석열 (서울중앙) 지검장의 장모가 신한저축은행 직원과 공모를 해서 잔고 증명서를 위조 했다는 게 밝혀졌다. 본인 도덕성에 문제가 발생했으니…”(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그게 어떻게 제 도덕성의 문제입니까. 제가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현 검찰총장과 자유한국당의 관계는 지난해 국정감사장 풍경처럼 올해도 살얼음판을 걸을 것만 같았다. 박근혜 정부 정통성에 거대한 균열을 냈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일하다 좌천을 당하고도 ‘최순실 특검’의 주축으로 부활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이어온 윤 총장이었기에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1년 후인 17일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법사위 국감의 풍경은 정반대였다.

“오늘 서초동으로 오면서 짠한 생각이 들더라. 총장님 얼마나 힘들까. 제가 윤석열이라는 사람한테 이런 감정이 들 수 있을까라고 저 스스로 놀랐다…총장님은 지금 하는 그대로 그 자리에 증거와 범죄를 가지고 수사해 주시기 바란다.”(장제원 의원)

어색했던지 장 의원의 발언을 듣는 동안 윤 총장은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지난 해 7월 인사청문회나 국감장에서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 냈던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달라졌다. 이은재 의원은 “영웅으로 추앙하다 조국을 수사하니까 역적으로, 심지어 검찰춘장이라는 놀림까지 받는다. 조작된 여론과 군중을 이용해 검찰권을 조롱하는 것에 대해 총장님, 어떻게 생각하냐”며 윤 총장을 비난하는 여권 지지자를 비판했고, 정갑윤 의원은 “(조국 파면 집회에 참석한) 광화문 국민은 (윤 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대통령ㆍ여당 지지자가 어떤 겁박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고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총장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쏟아질 때마다 수비수 역할을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반대로 포지션을 바꿨다. 송기헌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진단서 관련 논란을 언급하면서 “정말 법과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걸 못 믿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민 의원은 "검찰이 국민 통제 하에 있나?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두고 여야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가며 질문을 하는 동안 정작 검찰 개혁과 관련해 윤 총장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비판은 겸허히 받고, 응원은 감사히 여기며, 법과 원칙대로 수사해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전임 총장 모두가 국감에서 했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윤 총장의 직무 소신과 관련해 추가로 나온 이야기는 여야 의원들이 주요 수사국면마다 용도를 바꿔가며 명언처럼 인용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 본인의 과거 발언 정도였다.

동일한 인물을 두고 이렇게까지 극명하게 뒤집어진 여야의 반응이 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 내린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들도 있긴 했다. 장제원 의원은 “결론이 뭐냐, 윤석열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정치권이 난리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의원은 윤 총장의 그간 수사 이력을 열거하며 좌ㆍ우 양 진영 모두로부터 비난과 응원을 번갈아 받고 있는 상황을 두고 “아이러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 정권마다 떠 오른 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력 축소였지만 가장 직접적인 저항 세력일 수 밖에 없는 검찰 앞에서 국회는 수사 대상이 아군인지 적군인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던 셈이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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