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중 ‘시험지 유출’ 뒷돈 준 2명만 필기 만점으로 교사 채용했다

입력
2019.10.16 18:36
수정
2019.10.17 16: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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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안팎 건넨 사회교사 지원 2명 실기ㆍ면접서도 42명 중 최고점

조국 동생, 이사장인 모친 집에서 시험지 빼가… “몰래 유출” 주장

모친 최종책임자로 검찰 조사 불가피… 시험은 정경심 재직 동양대에 의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이 운영한 웅동중의 교사 채용비리를 조 전 장관 동생 조모(52)씨 외의 다른 가족도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이나 뒷돈 수금뿐 아니라, 시험문제 출제나 시험지 보관까지 조 전 장관 가족 주도 아래 이뤄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채용비리에 조씨 외에 조 전 장관의 모친 박정숙(81) 웅동학원 이사장,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장관 동생 조씨는 2016~2017년 웅동학원 사회 교사 지원자 2명으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을 받고 있다. 웅동학원이 2016년 1월과 2017년 1월 사회과목 교사 1명씩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조씨는 각 1억원 안팎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차례의 정규직 교사 채용에 모두 42명이 응시했으며, 이 가운데 조씨 측에 뒷돈을 건넨 지원자 2명은 유출된 시험지와 답안지를 미리 받아 최종 합격했다. 1차 필기시험에서는 두 명 모두 만점을 받았으며 2차 실기ㆍ면접시험에서도 응시자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에서는 조 전 장관의 모친 박 이사장이 당시 웅동학원 교사 채용 시험문제의 출제를 의뢰하고 시험 당일까지 시험지를 보관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씨의 공범 박모씨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박 이사장이 연루된 ‘웅동학원 신규 정교사 임용계획’ 내용을 적시했다. 박씨 등의 공소장에 기재된 임용계획에 따르면, 박 이사장이 1차 채용 필기시험의 문제 출제를 직접 의뢰한 뒤 출제자에게 문제지와 답안지를 건네받아 보관하다가 시험시작 1시간 전에 행정실장에게 전달하도록 돼 있다. 2차 수업실기시험의 과제와 면접시험의 질문사항은 교감과 교장만이 상의해서 확정한 뒤 시험 당일 출력해 평가자에게 건네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박 이사장이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된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씨가 모친인 박 이사장의 집에서 시험지를 빼내 뒷돈을 준 지원자에게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박 이사장 몰래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이사장이 웅동학원의 최종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검찰 조사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박 이사장 측에 소환을 통보하거나 일정을 조율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이 정 교수가 재직하던 동양대에 시험문제 출제를 의뢰했다는 점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동양대는 웅동중 내부문건에 등장하는 명목상 출제기관일 뿐 실제 출제자 섭외는 웅동학원 이사였던 정 교수가 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웅동중은 교육청 등 외부기관의 감시와 감독 없이 출제기관을 직접 선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 사립학교는 정교사 채용공고 전에 임용 여부만 협의하면 된다”면서 “필기전형 등 세부 채용 절차는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고, 웅동중의 경우에도 교육청이 시험 출제자 등을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에 정 교수의 첫 재판 날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당초 18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었다. 검찰은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 외에도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신청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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