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알릴레오’ KBS 여기자 성희롱 파문 계속

입력
2019.10.16 18:56
수정
2019.10.16 22:4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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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기자가 “검사가 KBS 여기자 좋아해 술술 흘려” 실명도 언급

유시민 “부족함 있었다” 사과… KBS 노조 “공영방송에 치욕” 비판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출연자인 장용진 아주경제 법조팀장(가운데)가 15일 생방송에서 KBS 법조팀 여기자에 대해 "A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고 말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영상 캡처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출연자인 장용진 아주경제 법조팀장(가운데)가 15일 생방송에서 KBS 법조팀 여기자에 대해 "A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고 말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영상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KBS 구성원 간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유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알릴레오)에 출연한 MC가 KBS 보도국 법조팀 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KBS 안팎에서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유 이사장은 KBS 기자가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 차장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며 ‘검ㆍ언유착’ 의혹을 제기해 KBS 내부의 진상 조사 추진 등으로 이어져 KBS 노조의 반발을 불렀다.

장용진 아주경제 법조팀장은 15일 ‘유시민의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검사들이 KBS의 A 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 술술 흘렸다”며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KBS 기자에게 사적인 감정으로 수사 정보를 줬다는 것이다. 그는 A 기자의 실명도 언급했다.

방송 이후 제작진은 영상에서 해당 발언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유 이사장은 16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제 큰 잘못”이라며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장 팀장 또한 당시 영상 말미에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혹시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KBS 기자들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KBS 기자협회는 16일 “(장 팀장이) 언급한 ‘다른 마음’은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유 이사장은 본인의 이름을 건 방송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KBS노조(1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유 이사장 유튜브는 KBS에 대해 허위사실과 성희롱 발언을 쏟아내 공영방송 KBS에 대해 심대한 치욕과 불명예를 줬다”며 “양승동 KBS 사장은 이번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KBS 관계자는 “(장 팀장 발언에 대해)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KBS 바깥에서도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음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발언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유 이사장의 책임있는 자세와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여기자협회도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었다”며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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