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8월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대통령 별장 브레강송 요새에서 아내 브리짓 여사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역사의 궤도를 바꾸려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프랑스 정치를 뒤바꿨고,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 수뇌부에 자신이 선호하는 인사를 앉혔으며, 요즘은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프랑스 관리들은 그의 대 러시아 전략을 1972년 중국을 개방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비교하지만, 접근 방향은 닉슨과 반대다. 닉슨은 과거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에 다가갔다. 하지만 마크롱은 러시아가 중국과 친해지지 않게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유럽 안보의 미래를 보장받으려 한다.

마크롱의 첫 번째 행보는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전에 자신의 공식 휴양지인 브레강송 요새에서 푸틴과 회담한 것이었다. 하지만 회담이 두 정상 간 신경전으로 끝나면서 애초 계획은 망가졌다. 이후 톱 다운 방식의 하향식 전략 대신 한 번에 하나씩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하는 상향식 전략이 추구됐다. 프랑스는 군축, 안보 대화, 위기 관리, 가치, 그리고 공통 사업 등 다섯 가지 주된 영역에 중점을 둔다. 8월 하순 마크롱은 유럽ㆍ유라시아 통합으로 이루어지는 ‘동심원 체제‘에 대한 그의 비전을 설명했다. 이 체제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 회원국의 국경 안전을 확보하고,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보다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 지역 분쟁, 특히 우크라이나 분쟁을 관리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 비전의 발표 시점은 적절했다. 최근 선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크롱처럼 아무 기반 없이 정당을 설립했고, 신뢰를 잃은 구체제를 없애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상황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마크롱은 러시아가 중국으로 기우는 것은 서구의 실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도 이란이나 북한과 같다. 제재로는 그들을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프랑스 관리의 말처럼, 그도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새로운 접근법을 추구한다.

마크롱을 더 절박하게 만든 것은 트럼프다. 그는 미국을 유럽의 안보 보증자로 신뢰하지 않는 프랑스 드골주의자들의 주장을 확인시켜 주었다. 미중 갈등의 심화로 유럽과 주변 지역(전 소련연방, 중동, 북아프리카)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나아가 프랑스는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대타협을 진행해 EU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처하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

마크롱의 가장 큰 관심은 유럽 그 자체다. 유럽연합이 다른 강대국에 의해 계속 분열되고 난처한 입장에 이르게 되면 21세기에는 세계적 영향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마크롱에게는 유럽과 러시아 관계를 재건하는 것이 유럽 주권을 확보하는 첫 단추다. 한 프랑스 관리는 “협상할 힘이 없으면 협상을 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침공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에 대한 다른 유럽국의 지지를 이해하나, 그것이 보다 큰 틀의 유럽 안보에 취약점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상적인 방법은 EU가 제재와 NATO의 억제력을 결합해 러시아에 대한 양면적 접근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불만은 러시아에 대한 개입 정책을 추구할 채널이 없다는 것이며, 제재만으로는 러시아의 전반적 위협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나 시리아를 점령하고 일부 회원국이 제재의 갱신을 거부하기로 결정하면 유럽연합이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다. 아마도 EU의 러시아 정책은 종말을 맞을 것이다.

마크롱의 전략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에 관심이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유럽이 러시아를 중국에서 분리할 수 있다 해도, 트럼프 정부가 유럽의 전략이 이행되도록 기다려줄지 확실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에 있다. 많은 중동부 유럽국가는 마크롱의 ‘동심원 체제‘ 안에서 이등시민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마크롱이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갈등 해결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마크롱이 다른 유럽 국가와 먼저 협의하지 않고 그의 계획을 시작한 것도 불안 요소다.

프랑스 관리들은 닉슨도 중국에 대한 정책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 동맹국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닉슨 때와 달리 몇몇 중동부 유럽 국가는 프랑스를 의심스럽게 보며, 세계 무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신드골주의 노선에서 자국의 이익이 희생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마크롱이 성공하려면 그가 중동 유럽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그루지아, 몰도바 같은 구 소련 국가의 주권과 안보도 추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 북유럽, 발트해 연안국가, 관련 EU 기관들과 보다 깊이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의 전략은 안보에 대한 공통된 접근 방법을 위한 믿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일부 국가에 편파적인 것처럼 비치면, 그 전략과 전략의 입안자는 역사에 남는 대신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

ⓒProject Syndicate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