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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또 하나의 존재가치는 경찰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이다. 경찰 수사는 언제나 국민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즉, 검사는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권력(수사)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다. 고영권 기자

“저는 경찰이 아니고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입니다. 제가 재판할 때마다 배심원들에게 하는 첫 마디입니다.” 몇 년 전 재미교포 미국검사가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특강에서 한 말이다. 그는 검사가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게 오염됐다는 느낌을 배심원들에게 주는 순간, 그 재판은 백전백패라고 말했다. 그 때부터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대한민국 검사는 왜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가 아니라 직접 수사를 하는 경찰이 되려고 하지?’

경찰과 검사는 모두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직자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선 경찰과 검사가 서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직접수사를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두 기관이 서로 봉사하겠다고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선진국 검찰과 경찰은 봉사의식이 투철하지 않아서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봉사라는 명분으로 행하는 직접수사가 전관예우 등 경제적 이권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형사절차에서 검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검사는 원님재판, 즉 법관이 기소하고 재판까지 하는 형사재판을 타파하기 위해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했다. 검사를 소추기관으로 삼아 기소기관과 재판기관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검사는 형사절차의 첫 단계부터 법률이 정당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법률의 감시자 기능을 했다. 검사의 또 하나의 존재가치는 경찰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이다. 경찰 수사는 언제나 국민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즉, 검사는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권력(수사)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옹호자이다. 때문에 피고인ㆍ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 수집할 것이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수집ㆍ제출해야 한다. 피고인을 위해 상소나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책무를 ‘검사의 객관의무’라고 한다.

우리는 형사절차의 역사에서 뚜렷하게 구분돼 온 검경의 기능을 통해 대한민국 검찰(특히 특수부)이 하는 1차 내지 직접수사가 검찰제도와 친숙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차 수사를 하는 검사는 신분만 검사이지 하는 일은 경찰이기 때문에 그 수사에서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 경우 검사에게 객관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1차 수사를 하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이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보다 더 중시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제도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검사의 직접수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별건 구속의 폐해를 낳기 쉽다. 별건 구속이란 본래 수사하고자 하는 사건(본건)의 구속요건이 구비되지 못하자, 본건 수사를 위해 구속 요건이 구비된 별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직접 1차 수사를 하는 경찰은 구속 후 2일 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하기 때문에 별건 구속 후 본건 수사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미국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함과 동시에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되기 때문에 별건 구속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영장을 청구하는 검사가 직접 1차 수사를 담당하고 구속기간도 최대 20일이어서 별건 구속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많은 선진국에서 왜 검사가 법률상 또는 실질적으로 직접수사를 할 수 없게 하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이런 이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 기소, 공소유지 등 모든 권한을 가지면 안 된다. 무소불위 권력기관인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자는 취지에서 예외적으로 검사와 경찰의 범죄만 기소권한을 갖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사는 직접수사를 할 것이 아니라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경찰이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는지 감시하면서 피의자나 피해자 등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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