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송이버섯 맛보기 힘들겠네

입력
2019.10.1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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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해 탓 흉작… 가격 60% 올라 

이희진 경북 영덕군수와 영덕군 송이생산협회, 산림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9일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 국사봉 정상에서 송이 풍년을 비는 기원제를 지내고 있다. 영덕군 제공
이희진 경북 영덕군수와 영덕군 송이생산협회, 산림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9일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 국사봉 정상에서 송이 풍년을 비는 기원제를 지내고 있다. 영덕군 제공
경북 영덕군 한 야산에서 자란 송이버섯 모습. 영덕군 제공
경북 영덕군 한 야산에서 자란 송이버섯 모습. 영덕군 제공

송이공판량

연도(10.13현재 공판량(톤)
전국 경북
2015 85.2(84.6) 65.9(65.3)
2016 265.7(247.4) 223.7(205.9)
2017 80(65.8) 63.8(49.2)
2018 172.9(168.5) 135.9(131.6)
2019.10.13 91.2 53.1


※자료 : 산림조합중앙회

올해 풍년을 기대했던 송이버섯 작황이 ‘흉작’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국 수확량의 최대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 지역 송이버섯 수확이 최근 수년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8,9월까지만 해도 선방을 기록했던 지난 해 수준을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최근 잦은 비와 기후변화 탓에 수확량이 ‘폭망’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6일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13일까지 전국산림조합 송이 공판량은 91.2톤(봉화 1.8톤 제외)으로 2016년(265.7톤)은 물론 지난해(172.9톤)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2016년 경북 영덕지역 한 곳의 공판량 96.7톤보다 적다. 봉화군은 올해부터 조합이 직접 수매, 판매하는 직판체제로 변경했다.

특히 국내 최대 송이 주산지인 경북 영덕군의 부진이 전체 작황 부진에 결정타를 날렸다. 영덕지역 올해 송이 공판량은 12.16톤으로 지난해 52.8톤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날씨에 따라 11월 초까지도 송이버섯을 추가로 수확할 수는 있지만, 지금 추이라면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확량이 적다 보니 지난해보다 가격도 크게 올랐다. 1등품 1㎏ 기준 공판장 경락가는 35만~65만원을 호가한다. 다 피어 향기가 거의 나지 않는 등외품도 10만원이 훨씬 넘는다. 지난해 20만~40만원과 비교하면 60% 가량 오른 셈이다.

경북 영덕군 한 야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 모습. 영덕군 제공
경북 영덕군 한 야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 모습. 영덕군 제공

송이는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솔향으로 인해 미식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아직 인공재배 기술이 없어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 편이다. 올해도 산지 경락가 기준으로 1등품 1㎏에 50만원이 넘는다. 과거 한 때 송아지 값이 폭락해 75만원까지 떨어졌는데, 당시 송이 1㎏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한 적도 있다. 경북과 강원에서 주로 생산되며, 경지역 비중이 60~8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도 의외라는 반응 일색이다. 8월 강수량이 적당했고, 9월 초까지만 해도 잦은 비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 천우재 연구개발담당은 “최소한 지난해 정도는 예상했는데 절반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고, 봉화군산림조합 권영석 과장도 “전문가 대부분이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고 봤는데 뜻밖”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송이채취경력 40년의 강대용 봉화군송이산주협의회장은 “냉해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송이는 하루 기온이 14~25도 정도에다 수분이 적당하면 발생한다”면서 “올해는 8월 봉화지역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9월에도 3일 이상 10도 이하에 머물러 송이의 성장이 멈추거나 얼어죽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많은 비와 늦더위를 꼽기도 했다. 천우재 담당은 “올해는 잦은 태풍으로 일부 지역 강수량이 500㎜ 이상으로 수분 과잉상태가 됐고, 9월 말에도 30도가 넘을 정도로 고온현상을 보여 발생한 송이가 녹아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권영석 과장도 “겉은 멀쩡하데 속이 썩어 벌레 먹은 것보다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가 넘던 1등품 비율이 올해는 5%대로 주저앉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송이 총량제’로 설명하기도 한다. 국내 산림 환경에서 날 수 있는 송이의 양은 한정적인데, 2016년, 2018년 비교적 많은 송이가 나왔기 때문에 올해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송이는 포자가 발아하면 실처럼 균사를 형성하고, 이 같은 균사가 모여 덩어리(균사체)를 이룬다. 땅속에 잠복해있던 균사체가 적정한 수분와 온도의 환경이 되면 자실체인 송이버섯을 만들어 낸다. 균사체를 형성하는 데는 일정 시간과 소나무 등 환경이 필요하고, 그 한계치가 제한돼 있어 가을 날씨가 좋다고 무조건 송이가 많이 나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강 회장은 “송이 생산량은 하늘이 정하는 것으로,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공재배가 안 되는 만큼 가치가 있고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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