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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이남 감염 멧돼지 첫 발견… 방역당국은 철책 설치 후 포획 실시 방침
15일 오전 강원 화천군 야생생물관리협회 소속 베테랑 엽사들이 화천읍내에서 야생 멧돼지 포획에 앞서 총기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5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야생 멧돼지 포획 작전에 나섰지만, 정작 바이러스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위험지역에 대한 조치는 늦어지고 있다. 위험지역 일대에 멧돼지 이동통제 차단벽부터 둘러친 뒤 포획에 나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인데, 이를 두고 차단벽 설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뿐더러 설치 이후 실효성도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남에서 돼지열병 감염 멧돼지가 처음 발견되면서 멧돼지로 인한 돼지열병 전파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돼지열병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 멧돼지 폐사체를 중심으로 대략 1k㎡ 지역에 임시 철책을 설치하는 작업에 나섰다. 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르면, 멧돼지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정부는 일대를 감염위험지역으로 지정한 뒤 해당 지역을 감염지역(주변 5㎢)-위험지역(30㎢)-집중사냥지역(300㎢)으로 세분화해 각각의 경계에 높이 1.5m의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멧돼지 이동을 3중 통제하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위험지역과 집중사냥지역에 울타리를 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니 당장 폐사체 발견 인근 지역부터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방역당국은 집중사냥지역 경계에 철책이 모두 설치된 뒤에야 감염위험지역 내 멧돼지 포획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미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섣불리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간 멧돼지가 멀리 도망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날부터 남방한계선과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구역에 민간 엽사, 군 포획인력 등 800~900명 규모의 ‘민관군 합동포획팀’이 투입돼 대대적인 포획작전이 시작됐지만, 정작 집중사냥지역은 작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당국의 구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차단 시설 설치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중사냥지역 범위가 300㎢(반경 약 10㎞)에 이르는 만큼, 강원 철원군과 경기 연천군 두 곳에 최소 120㎞ 길이의 차단막이 필요하게 된다. 같은 조치를 취했던 체코는 2017년 6월26일 돼지열병을 확진한 지 2개월 뒤인 8월24일에서야 57㎢ 면적에 32㎞ 길이의 울타리를 완성했다.

늦게나마 철책이 설치되더라도 멧돼지의 이동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로 산속에서 서식하는 멧돼지의 이동경로를 물샐틈없이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도 이에 대해 “강이나 차도처럼 멧돼지가 이동하기 어려운 경로는 제외하고 좁은 산길과 같은 주요 경로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날씨가 추워지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멧돼지가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여 산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며 “개체 수를 하루빨리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경기 연천군 장남면 민통선 부근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6번째 돼지열병 감염 폐사체이지만, 민통선 남쪽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지난 12일 연천군 왕징면의 감염 폐사체 발견 지점과 약 11㎞ 거리”라며 “이 지역에서 감염된 폐사체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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