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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재 자백 듣고 “착잡”… 재심 가능성 열려 “당당하게 나가겠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 '살인의 추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며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모(52)씨는 “죽고 싶었다”면서 “이제라도 명예를 찾고 싶다”고 했다.

윤씨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감옥에 있으면서 죽을 생각도 했다. 교화위원의 권유로 종교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기(감옥)에서 나가서 살 수만 있다면 누명을 벗고 싶다고 (아는 사람들에게) 여러 번 얘기했다”고도 했다. 그는 모범수로 감형돼 2010년 출소, 교화위원 집에서 3년 정도 있다가 직장을 얻어 8년째 다니고 있다.

수감 중 윤씨는 재심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교도관들 면담 때 말했는데 쉬운 게 아니더라”면서 “변호사도 있어야 되고 뚜렷한 증거도 있어야 되는데 증거가 워낙 완벽해서 재심하기 쉽지 않다고 몇 번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출소 후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점점 잊혀지더라. 잊어야 살고, 또 생각을 하면 일이 안 되니까”라며 재심을 거의 포기했던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춘재의 자백으로 재심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는 그 소식을 듣고 “착잡했다”면서도 “지금 꿈이 있다면 진실을 밝히고 제 명예를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발표를 토대로 만든 화성 연쇄살인사건 일지. 경찰은 8차 사건을 모방범죄로 결론 짓고 윤씨를 검거했다. 뉴시스

윤씨는 1988년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붙잡힌 이후 지금까지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그는 밥을 먹다가 경찰에 끌려가 “네가 8차 사건 범인이다”라는 얘기를 들은 후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고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범인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는 그는 “경찰에게 몇 대 맞고 나니까 내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감을 모를 정도도 정신이 없었다. 새벽이 되니까 내가 자백했다고 기자들이 막 몰려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진술서 내용도 형사가 거진 불러준 걸로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나온 윤씨의 체모가 범인을 특정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됐지만 조작된 것이라고 윤씨는 반박했다. 그는 “그 때 OO 형사가 뽑아달라고 해서 체모를 여섯 차례 뽑아줬다. 그런데 체모를 현장에 뿌려가지고 ‘네 것이 나왔다’ 그런 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의 집에 가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재심은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의 재심을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가 맡게 됐다.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주변에 알려질 수도 있겠지만 윤씨는 “각오하고 있다. 이제 당당하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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