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촛불 ‘최후통첩’…“요구 수용 않으면 돌아올 것”

입력
2019.10.12 21:36
수정
2019.10.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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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통첩문 “검찰 적폐 상징 됐다” 

 지난 주보다 적지만 서초동 일대 가득 채운 인파 

 정경심 교수 대해선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의견도 

 집회현장 인근에서 우리공화당ㆍ보수단체 ‘맞불집회’ 

[저작권 한국일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행태를 규탄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12일에도 서초동 일대를 밝혔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된다.

사법적페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초역 사거리에서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이날 집회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촛불집회를 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거나 스스로 개혁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다음 주라도 다시 집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집회 부제 역시 ‘서초대첩 최후통첩’으로 정하고 ‘We’ll be back’(우리는 돌아온다)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태극기 손팻말을 들고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태극기 손팻말을 들고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류효진 기자

집회가 열린 서초동 일대는 서초동에서 열린 지난 두 차례 집회처럼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다. 리허설과 사전 집회가 진행된 오후 2시 이전부터 대검찰청 앞 8차선 도로에 모여들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본 행사가 시작된 6시쯤에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는 반포대로 교대입구 삼거리~서초경찰서 8차선, 동서로는 서초대로 교대역~대법원 앞 10차선 구간을 채웠다.

다만 반포대로와 서초대로를 십자가 모양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채운 지난 5일 8차 집회에 비하면 수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서초역 부근의 한 상점 주인은 "오늘은 차도까지만 사람이 앉아 있는데 지난주엔 가게 앞 도보까지 사람이 꽉 찼다"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8차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참가 인원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에 '조국수호'를 외치는 시민단체의 구호와 '조국퇴진'을 요국하는 시민단체의 구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에 '조국수호'를 외치는 시민단체의 구호와 '조국퇴진'을 요국하는 시민단체의 구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본 행사 시작 전부터 밴드 공연 등 사전 행사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집회는 오후 6시부터 사회를맡은 개그맨 노정렬씨의 구호제창을 시작으로 연사 발언, 붓글씨 퍼포먼스, ‘최후통첩문’ 낭독에 이어 대형 태극기를 참가자들의 머리 위로 펼치는 퍼포먼스 등으로 이어졌다.

시민연대는 ‘사법적폐·검찰적폐·언론적폐청산 최후통첩문’을 통해 “1,000만 촛불시민은 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엘리트 정치검찰과 언론, 그리고 자유한국당에 의해 한 가족의 인권이 무차별 짓밟히는 것을 보고 치를 떨며 궐기했다”며 “검찰은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의 인권을 수호해야 하는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고 사실상 악의 축이 됐고, 가장 먼저 척결돼야 하는 적폐의 상징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개혁 조치에 순순히 응하고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과잉수사를 중단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신속 처리할 것 △자유한국당은 정상적인 정치로 복귀할 것 △언론은 무책임한 보도를 중단할 것 △조선일보는 가짜뉴스와 매국행위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최후통첩’, ‘조국수호 검찰개혁’, ‘다시는 지지 않는다’, ‘기레기 OUT’, ‘정치검찰 OUT’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회자 진행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조 장관 얼굴이 그려진 손팻말도 자주 눈에 띄었다. 4,50대가 주를 이뤘지만 청년층,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두 딸, 아내와 함께 부산에서 방문했다는 노남종(45)씨는 “그 정도 허물은 누구나 있다“며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조국이 적격자”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정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문재인 정부에서의 흐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네 번째 소환조사를 받은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대해서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 온도차도 있었다. 박모(39)씨는 “가족을 건드리는 검찰이 문제”라며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역시 가족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에서 찾아온 이모(69)씨는 “정경심 교수는 구속영장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검찰에서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 역시 “이번 정권 내에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며 “조 장관도 흠이 있지만,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았고, 검찰개혁은 조 장관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에는 다른 참가자들과 뜻을 같이 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ㆍ조국 구속 집회'에서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ㆍ조국 구속 집회'에서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장소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서초동 서울 성모병원 인근에서 조 장관 구속과 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보수 시민단체 자유연대 역시 오후 5시부터 서초경찰서 인근에서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요구 결사항전 맞불집회’를 열었다.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등 80여개 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전국 대학생연합 촛불집회 집행부’(전대연) 역시 지난 개천절 집회에 이어 이날 오후 6시에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서초동 집회 현장 일대에 94개 중대 5,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충돌에 대비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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