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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침공 틈 탄 IS, 락까에서 폭탄 테러 공격
포로 수용된 캠프선 탈출 후 반격기회까지 노려
터키군의 폭격을 받은 시리아 북동부 ‘탈 아비아드’ 지역에서 11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의 ‘탈 아비아드’와 ‘라스 알아인’ 지역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혀, 터키군은 이들 지역을 우선적인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사진은 ‘탈 아비아드’ 접경지인 터키 ‘악차칼레’에서 찍힌 것이다. 악차칼레=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알하사카 지방의 ‘알홀(Al-Hol)’ 캠프에선 뜻밖의 총격 사건으로 한 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이 곳은 1991년 제1차 걸프전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굵직한 전쟁 시기마다 피란민 캠프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이슬람국가(IS)가 영토를 완전히 상실하고 ‘점조직’으로 숨어든 지난 3월, 마지막 대(對)IS 격퇴 작전 이후에도 IS 출신 포로의 가족들이 대거 이곳에 이송됐다.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에 무려 6만~7만명이 몰려든 것이다. 캠프 관리 주체는 다름 아닌 IS와 최전선에서 싸웠던 쿠르드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이다. SDF가 통치하는 시리아 북동부에는 약 1만1,000명의 IS 포로들이 크고 작은 임시 캠프 30곳에 분산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자바정보센터(RIC)에 따르면, IS 포로 가족들은 주로 알홀, 알로즈, 아인이사 등 3개 캠프에 수용돼 있다. 알홀 캠프 구금자 6만5,000명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이 중 5세 미만 어린이가 28.5%이고, 12세를 기준으로 잡으면 3분의 1이 넘는다(9월 22일 기준).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IS 대원의 가족은 알홀 본(本)캠프에, 1만4,5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외국인 IS의 가족은 알홀 부속캠프에 각각 머물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9월 30일 총격 사건은 알홀 본캠프와 부속캠프 간 갈등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일 시리아 북동부 알하사카 지방의 ‘알홀’ 난민 캠프에서 어린이 두 명이 양손 가득 빵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오른쪽 아이의 해맑은 웃음에서는 전쟁의 아픔보다 가족들과의 즐거운 식사를 앞둔 행복감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슬람국가(IS) 출신 포로 가족들이 대거 수용돼 있는 이곳은 ‘IS 이데올로기 전파, IS 세력의 재조직화’가 이뤄지는 역설적 공간이기도 하다. 알하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알홀 (본)캠프 여성들이 IS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엄격한 규칙을 캠프 전역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아이들은 IS 이데올로기에 세뇌를 당하는 중이다. 아이들에 대한 재교육과 재활이 매우 시급한 과제다.” RIC 연구원인 조안 가르시아의 말이다. 그는 기자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캠프 거주민들 간 폭력뿐 아니라, (캠프에 인도주의적 물자를 지원하러 오는) 비정부기구나 캠프 관리 시설에 대한 공격도 있다”고 했다. 9ㆍ30 폭력 사태 역시 본캠프 여성들이 부속캠프 외국인 여성들에게 ‘쿠란 수업 참석 거부’를 이유로 채찍형을 선고하면서 불거졌다. 급기야 IS 여성 한 명이 캠프에 밀반입된 권총을 꺼내 들었고, 현장에 도착한 SDF 대원이 사태 진압을 위해 하늘을 향해 총기 방아쇠를 당기면서 한낱 소동이 실제 총격전으로 번졌다. 캠프 안에서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감시와 괴롭힘이 횡행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정을 열어 사형 집행을 시도하는 일까지 있었다는 게 가르시아가 전한 그곳의 상황이다.

지난 3월 시리아 ‘알홀’ 난민 캠프에서 검은 천으로 얼굴과 몸을 감싼 여성 수용자들이 철조망 건너편의 경비병들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동안 SDF 지도부는 알홀 캠프를 비롯한 IS 구금 시설이 오히려 ‘IS 세력 재결집’의 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예컨대 지난달 6일 SDF 대변인 무스타파 발리는 “IS가 (알홀) 캠프 내 IS 여성들을 통해 재조직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 혼자서는 알홀 캠프를 관리할 수 없다. 인도주의적 물자도 대폭 늘려줘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에 공동 책임을 요청했다. SDF 집행위원장 일함 아흐메드도 “(IS 외국 전사의 출신국인) 유럽 국가들이 IS 구금자 재판에 좀 더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지난 1일 보도에서 이 캠프 상황을 아예 ‘시한폭탄’에 빗대기도 했다.

알홀 캠프의 불안정은 시리아 북동부에 산재한 IS 점조직이 조용히 재반격 기회를 노리는 상황과 더불어, 그나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이 지역의 잠재적 위험 요소였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6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발표한 건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백악관 성명은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침공에 길을 활짝 터 주는 동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며 불개입 입장까지 분명히 했다. 그리고 9일 오후 터키는 쿠르드 자치지역 내 탈 아비아드, 라스 알아인으로 우선 진격하면서 시리아 북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번 성명이 호시탐탐 반격 기회를 노리던 IS 세력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금세 현실이 됐다. 9일 IS는 SDF 전투 병력이 국경에 재배치되면서 생긴 공백을 틈타 IS 옛 수도 락까에 있는 SDF 본부에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이튿날 IS가 연계 매체인 ‘아마크 뉴스 에이전시’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내건 공격 이유는 바로 “(알홀 캠프의) IS 여성 포로 처우에 대한 보복”이었다. 결국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침공 위협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집단은 IS일 것”(SDF 대변인 암제드 오르만), “터키의 위협이 IS 점조직을 재가동시킬 것”(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자치정부 관계자 알리 하조)이라는 경고가 적중한 것이다. 시리아 북부는 터키의 침공과 IS의 부활로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10일 터키군이 폭격을 퍼부은 시리아 쿠르드 자치지역 내 ‘라스 알아인’ 마을에서 검은 포연이 피어오르고 있다. 인접해 있는 터키 영토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EPA 연합뉴스

그동안 알홀 캠프의 IS 여성 일부가 ‘구금 시설 탈출’을 모색해 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에게 이번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은 탈출은 물론, 공격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북동부의 쿠르드 자치정부 집행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베리반 칼리드는 RIC를 통해 기자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구금 시설에 갇힌 55개국 출신 IS 포로들의 탈출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IS 구금 캠프를 경비했던 SDF 대원들이 불가피하게 국경 전선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캠프 경비 문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SDF 총사령관인 마즈룸 코바니 아브디는 백악관 성명 직후, SDF 대원들을 곧바로 국경 지역에 재배치하면서 “IS 포로 감시는 이제 둘째 문제”라고 했다.

알홀 캠프는 국제인권단체들에도 심각한 이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는 “IS 포로들의 신속한 본국 송환,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시설 개선과 구호 물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구금자들의 모국은 그동안 자국민 IS 대원의 송환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물론 귀환 사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7월 23일 자)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캠프를 떠난 2,640명 가운데 시리아인은 1,230명 정도였다. 나머지 1,400여명은 제3국으로 향했는데, 이들 중 1,250여명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나 러시아, 터키 등으로 떠났다. 노르웨이 독일 호주 미국 등 서방국가 출신의 경우, 본국으로 송환된 인원은 각각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고아와 어린이였다. 반면 덴마크처럼 ‘IS 아이들’의 시민권을 박탈한 나라도 있는가 하면, 호주는 14세 이상 자국 출신 IS 대원의 귀국을 2년간 금지시켰다. 따져보면 국제사회의 알홀 캠프 방치로 가장 피해를 본 그룹은 ‘IS 어린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알홀 캠프 내 사망자가 406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313명(77%)이 5세 미만 어린이다. ‘시리아독립국제진상조사단’의 파울로 세르지오 핀헤이로 단장이 지난 7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1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3월 IS 가족들이 알홀 캠프로 대거 이송되는 과정에서 최소 240명의 IS 자녀가 도착 직후 숨졌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알홀 캠프의 ‘극단주의’라는 공기 속에서 자라고 있다. 그렇게 남겨진 IS 아이들, IS 여성들이 SDF의 부담으로만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쿠르드 진영을 ‘배신’한 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뢰할 만하고, 균형적이며, 어느 커뮤니티도 배제하지 않는” 시리아 헌법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는 북동부 쿠르드 자치지역을 대표할 만한 사람 누구도 초대받지 못했다. 쿠르드 진영은 미국과 국제사회한테서 거듭 ‘토사구팽’을 당한 셈이 됐다. 지난 8일 SDF 총사령관 아브디의 “터키의 공세에 맞서 싸우기 위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는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작년 12월 상황의 데자뷔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SDF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미군 철수’ 공언으로 터키의 침공이 임박한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아사드 정부에 손을 내민 적이 있다. 터키의 공세,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배신’ 앞에서 SDF로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 “시리아 정부와 시리아 쿠르드는 이 위기 상황에서 대화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전쟁 종식’을 입에 올리던 시리아가 다시 새로운 전선 앞에서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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