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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아-아제르바이잔, 양국 국경 걸친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 단지 두고 갈등 심화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의 코카서스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국경에 걸친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 단지를 두고 양국이 다투고 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코카서스3국으로 분류되는 조지아(옛 그루지야)는 초기 기독교 국가 중 하나로, 인구의 80% 이상이 조지아정교 신자다. 남부에 위치한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은 그런 조지아인에게 ‘거룩한 신전’으로 여겨진다. 6~9세기 바위를 깎아 만든 수도원 19개로 구성된 일종의 수도원 단지로, 중세 건축물과 독특한 프레스코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역사적 중세 수도원을 무장 국경수비대가 지키고 서 있다. 수도원 단지의 일부가 국경 너머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1921년 볼셰비키 붉은 군대가 일대를 점령하고 소비에트연방(소련)으로 편입하면서 수도원은 문을 닫는다. 1936년 이 일대가 별개의 소비에트 공화국으로 나뉠 때 원래와 다르게 그어진 국경 탓에 수도원 일부가 아제르바이잔에 속하게 됐다. 무슬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에서 기독교 성지가 홀대 받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만 사회주의 소련 시대에 이 같은 목소리는 묵살됐다. 1991년 소련 붕괴 과정에서 조지아가 독립한 후에야 다비드 가레자는 종교적 생명력을 되찾고, 동시에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1992년 조지아는 수도원을 온전히 갖기 위해 영토 교환을 제안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전략적 이점을 이유로 거절했다. 고지대에 위치한 수도원의 군사적 중요성과 타국과의 영토 분쟁에서도 밀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다만 이웃 국가로서의 오랜 유대 덕분에 둘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했다. 특히 2003년 집권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조지아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경제 원조를 중시 여기며 다비드 가레자 문제를 묻어 두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원만한 관계 유지 노력과 별개로 민족주의자들과 독실한 조지아정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계속되었다. 때때로 외교 문제로도 비화했다. 2007년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이 수도원을 두고 “우리 선조의 고향”이라 주장하자 조지아 외무장관은 “세계사를 다시 공부하라”고 받아쳤다.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국경을 폐쇄하는 아제르바이잔의 태도는 조지아인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급기야 2012년 아제르바이잔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국경수비대까지 배치했고, 조지아인들은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양국 정상이 만나 관광객 접근을 허용하고 국경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하면서야 갈등은 일단락됐다. 지난 4월에도 조지아 대통령의 수도원 방문에 반발한 아제르바이잔이 국경을 폐쇄하고는 사흘 후에야 다시 열기도 했다.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을 메우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까. 현재는 양국 모두 영유권 주장을 밀어붙이기도 양보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와 흑해로 나가려면 조지아를 통과해야 한다. 조지아는 아제르바이잔과 각을 세우기에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 무엇보다 둘은 역내 가장 중요한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다. 코르넬리 카카치아 조지아 정치연구소 교수는 “논의를 10~20년 후로 미루는 잠정적 협정을 맺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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