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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 문학동네 제공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77)는 연극 ‘관객모독’으로 한국에도 친숙한 오스트리아 극작가다. 문학의 정치화를 주장하며 파격적인 언어로 현실의 위선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전위적인 작품 세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때론 ‘난해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독자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주 그리펜에서 태어난 한트케는 그라츠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중 젊은 예술가의 모임 ‘포름 슈타트파르크’와 인연을 맺으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65년 졸업을 앞두고 발표한 첫 소설 ‘말벌들’이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되면서 학업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문단 데뷔 직후 독일 작가들의 토론 집단인 ‘47그룹’과 함께 미국 프린스턴대를 방문해 기존 독일 문학을 거세게 비판한 한트케는 1966년 첫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하며 커다란 화제와 격렬한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관객모독’은 배우 4명이 의자에 앉아서 한 명씩 돌아가며 즉흥 독백을 끝없이 이어가면서 관객을 모욕하고 이를 통해 관객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실험극으로,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대하는 전통적 관극 태도를 고발한다.

페터 한트케 '관객모독'. 민음사 제공

1968년 발표한 장편 희곡 ‘카스피어’는 사회가 강요하는 언어와 합리적 가치에 의해 파괴당한 반벙어리 카스파어 하우저라는 인물을 내세운다. 팬터마임과 언어극을 절충한 이 작품은 개인 또는 사회그룹이 사회 의식을 형성할 때 언어가 이를 어떻게 조작하는가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언어 현실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 밖에도 ‘피후견인이 후견인이 되려 하다’(1969)와 ‘말 타고 보덴제 호수 건너기’(1971) 등이 희곡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트케는 소설도 다수 발표하며 왕성한 필력을 자랑했다. 희곡에서 그러했듯 소설에서도 기존 관습을 거부하며 독창적인 서사 세계를 그려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1970)은 전직 골키퍼가 착각과 불안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질러 놓고 경찰에게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스릴러물로,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과 소통 불가능한 현대사회의 불안을 비춘다. 전쟁과 가난으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를 회상하며 한 인간이 자아에 눈 뜨는 과정을 그린 ‘소망 없는 불행’(1972)은 작가가 실제로 어머니의 자살을 겪은 후 쓴 작품이다. 한트케의 자전적 성장 소설로 평가받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시’(1972)도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작이다. ‘왼손잡이 여인’(1976)은 남편과 헤어진 혼란을 극복해 가는 젊은 여성을 무감정하게 묘사한다.

한트케는 희곡과 소설, 에세이, 방송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8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게오르크뷔히너상, 실러상,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라상 등 저명한 문학상을 휩쓸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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