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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독일 동부 도시 할레의 한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헬멧과 총기로 무장한 남성이 총기를 쏘고 있다. 범인이 스스로의 범행 장면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한 동영상에서 캡처한 화면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동부에서 유대교 최대 기념일(대속죄일)이었던 9일(현지시간) 반(反)유대주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두 명이 숨졌다. 극우 성향의 20대 독일인 용의자가 저지른 증오범죄다. 특히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기 테러 사건처럼, 이번에도 범인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자신의 범행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쯤 독일 동부 도시 할레의 한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여러 발의 총격이 일어났다. 강철 헬멧과 군복 차림의 한 남자가 총을 들고 교회당에 진입하려다 실패하자, 교회당 앞과 인근 케밥 가게 등을 겨냥해 총을 쏘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로 인해 교회당 바깥에 있던 여성 한 명, 케밥 가게 근처에 있던 남성 한 명이 사망했고 다른 두 명도 부상을 입어 병원에 후송됐다. 현지 유대교 지역사회 지도자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한 뒤 “총으로 무장한 범인은 특수부대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의 신원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27세 독일인이며, 단독 범행”이라고 보도했다. 초기 경찰 보고서에는 ‘공범 존재’가 적혀 있었으나, 경찰은 이후 해제했다고 BBC는 전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우파 극단주의자에 의한 반유대주의적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러 정황상 이번 사건은 유대인에 대한 증오범죄인 게 확실해 보인다. 우선 이날이 유대교 최대 기념일인 ‘욤 키푸르(대속죄일)’였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범인은 대량 살상이 가능한 범행 날짜를 골랐을 공산이 크다. 당시 교회당 안에는 신자 70~80명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된 35분 분량의 범행 동영상 시작 화면에서 범인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부인하는 주장을 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외신들은 무엇보다 ‘범행의 생중계’ 현상이 재발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무려 51명의 목숨을 빼앗은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에 이어 6개월 만이다. 트위치는 이 동영상을 30여분 만에 삭제했지만 2,200명이 이를 시청했고, 텔레그램 메신저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급속히 확산됐다. ‘반극단주의센터’의 오렌 세갈 소장은 “실시간 스트리밍은 극단주의자들이 본인 행동의 영향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다음 공격자에게 (테러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총격 테러와 관련해 "증오, 폭력, 혐오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FP 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10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노동조합 총회에 참석해 한 연설에서 “이러한 범죄에는 관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시민사회는 증오와 폭력, 혐오에 맞서기 위한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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