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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해 다른 생명 섭취는 불가피하나 경시는 옳지 않아”
한 먹방 유튜버가 지난달 초 살아있는 포메라니안종 강아지를 개고기 먹방 전에 보여주는 등 자극적 행위로 시청자들에게 비판 받았다. 유튜브 캡처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으로 ‘먹방(먹는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살아있는 달팽이를 늘어놓고 익힌 달팽이를 먹는가 하면 강아지를 보여준 뒤 개고기가 차려진 장면을 방송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먹방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개인 방송 채널에서 유행하고 있는 장르다. 엄청나게 많이 먹거나 특이한 음식을 소개하는 등 기존 먹방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크리에이터들의 노력도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크리에이터들의 먹방에 시청자들이 “도가 지나치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여성 크리에이터는 지난달 중순쯤 식용 달팽이 먹방을 위해 살아있는 달팽이를 소품으로 사용해 “생명 경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익힌 달팽이 요리 주변에 살아있는 달팽이 4마리를 두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물을 뿌리거나 달팽이를 집었다 내려놓는 등의 행동을 했다.

살아있는 달팽이 4마리를 앞에 두고 식용 달팽이 먹방을 한 유튜버에게 시청자들이 이달 초 댓글을 통해 "생명 경시"라고 비판했다. 유튜브 캡처

이에 한 시청자(정**)는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살아있는 달팽이 앞에서… 생명 경시는 좀 안 했으면”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 살아있는 달팽이 앞에서 죽은 달팽이를 먹다니”(정**), “식용이지만 불쌍하다”(사***), “살아있는 달팽이들은 옆에서 동족이 잡아 먹히는데 얼마나 공포를 느꼈을지”(김**)라는 비판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문제의 먹방은 이뿐이 아니었다. 앞서 지난달 초 한 남성 크리에이터는 개고기 먹방을 하겠다며 살아있는 포메라니안종 강아지를 영상 초반에 소개한 뒤 조리된 개고기가 놓인 화면으로 전환했다. 이 크리에이터는 영상 미리보기용 사진에 강아지 사진과 개고기를 먹는 듯한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사용했다. 그는 먹방 중 개가 짖는 소리를 흉내내기도 했다.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굳이 살아있는 강아지를 보여줘야 했느냐”며 비판하는 의견을 댓글로 남겼다. 한 시청자(유**)는 “개고기 먹는데 굳이 강아지를 보여주는 의도가 뻔하다.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시청자들도 “개고기 먹는 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왜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보여주고 개 짖는 소리를 내는 거냐”(김**), “유튜브가 돈 되니 별걸 다 본다”(a***)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이 크리에이터는 “악플 다시는 분들 보시라”며 해명을 내놨다. 그는 본인이 “개를 키우지 않고 있으며 개고기는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먹방을 한 이유가 “어그로(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지나친 행동)가 맞다”며 “(하지만) 이 영상으로 돈을 1원도 못 벌었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이 이 같은 먹방에 생명 존중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이유는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식문화도 발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음식을 단순히 맛과 양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식자재를 얻고 요리하는 과정이 윤리적인지를 따지게 됐다는 뜻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10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와 달리 식자재가 풍족해지면서 음식의 양보다는 맛이나 조리 과정 등이 더 중요해졌다. 건강을 위한 식이 습관을 고민하고 식재료를 얻는 과정이 윤리적인지, 환경을 파괴하지는 않는지를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닷가재를 산 채로 조리하지 않는 법안을 만든 스위스가 한 예다. 문 교수는 “인간이 자연 속 유기질, 다른 생물을 섭취해야 하는 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경시하는 태도보다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먹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과도하게 자극적인 콘텐츠는 외면하는 게 정답일 수 있다. 문 교수는 “먹방도 결국은 하나의 경제 활동인데, 동물 복지를 중요시하고 환경을 존중하는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러 자극적인 콘텐츠를 고르는 측면도 있다”며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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