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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주중대사. AP 뉴시스

전 세계 166개 재외공관 가운데 베이징(北京) 주중대사관은 한국 외교관이 가장 기피하는 곳에 속한다. 대기 오염과 살인적인 물가 등으로 생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탓이다. 최근에는 지원자가 거의 전무할 정도로 냉대를 받고 있다.

급기야 대사관 측은 다른 재외공관과 형평성을 맞추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외교관의 수당을 늘려달라고 국회에 읍소하는 처지다.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전략의 중심축인 중국에서 벌어지는 한국 외교의 씁쓸한 현실이다.

주중대사관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달 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주요 추진과제 중 하나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어 수당’ 부활 등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 외교 역량을 높이려면 금전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대사관 측이 콕 집어 지적한 ‘현지어 수당’은 외교관이 비영어권 국가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주재국 언어 구사능력을 갖췄을 때 지급하는 돈이다. 매월 200~300달러(약 24만~36만원) 선이다. 공무원 본봉의 10%가량에 해당한다. 우리에게 생소한 아프리카나 말이 낯선 동남아국가는 물론이고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프랑스와 러시아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근무할 때도 받을 수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국가라면 모두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중국은 대상에서 쏙 빠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영어권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일본만 제외한 탓이다. 외교관과 주재관, 무관, 파견자 등 공관원의 규모로 볼 때 베이징 대사관은 77명으로 도쿄(東京), 워싱턴DC와 함께 인원이 가장 많은 매머드급 공관으로 분류된다. 150여명의 현지 채용 직원은 제외한 숫자다. 자연히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예산 절감 효과가 상당히 큰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다른 재외공관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베이징 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대사관에 따르면, 1992년 공관 설립 이래 물가가 200% 올랐다. 반면 재외근무수당은 같은 기간 68% 인상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미세먼지의 습격과 체제 통제를 강화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아무도 선뜻 지원하지 않는 근무지로 위상이 추락했다.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저조했던 도쿄 주일대사관의 인기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져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10일 “여타 국가의 재외공관보다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도 그들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무원 특유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에 장하성 주중대사는 11일 국감에서 현지어 수당 부활을 포함해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 방안을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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