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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에 닥친 시련을 이겨낸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1)의 모습에 프리미어12를 준비하는 야구 대표팀도 한시름을 놓았다. ‘가을 야구’에서 연이은 실패로 자신감을 잃은 채 태극마크를 달았더라면 대표팀에도 큰 손해였지만 2전3기 끝에 무실점 투구로 세이브를 올리며 악몽을 지웠다.

최고 시속 150㎞ 중반대의 광속구를 뿌리는 구원 2위(35세이브) 고우석은 올해 처음 경험하는 포스트시즌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0-0으로 맞선 1차전 9회말에 공 1개로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4-3으로 앞선 2차전 9회말엔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서건창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LG가 2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자 온라인에서 고우석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1년간 프로 3년차 고우석을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올려놓은 류중일 LG 감독은 3차전에 앞서 “선수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따로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실패를 두 번 했지만 중요한 상황이 되면 또 올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팀이 4-2 리드를 잡자 고우석을 9회에 등판시켰다. 고우석은 첫 두 타자를 내보내는 등 1사 2ㆍ3루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고 포효했다.

마음의 짐을 던 그는 “내가 감독이었다면 나를 안 올렸을 것 같다. 냉정하게 안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감독님이) 끝까지 믿음을 줘서 불안함 없이 던질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류 감독에게 고마워했다. 이어 “기회가 꼭 한번 더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겨내서 기분 좋다”며 “블론 세이브를 했지만 승부를 또 하고 싶은 게 투수 마음”이라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LG의 10년을 책임질 마무리 투수를 살린 류 감독의 뚝심 덕분에 대표팀을 지휘하는 김경문 감독도 안도했다. 앞서 프리미어12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김 감독은 양의지(NC)의 백업 포수로 점 찍었던 박세혁(두산)이 소속팀의 정규시즌 우승이 걸린 경기에서 평소답지 않게 수 차례 수비 실수를 범해 엔트리 제외를 고려했다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경기를 끝낸 것을 보고 마음을 다시 바꿨다.

김 감독은 ‘큰 경기’에서 개인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질 경우 선수가 받는 충격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대표팀 소집 전 선수들의 경기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우석은 ‘기가 센’ 박세혁처럼 벼랑 끝에서 일어섰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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