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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또다시 빈손으로 끝날 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촉구한 ‘빅딜(완전 합의)’은커녕, 성에 차지 않는 ‘스몰 딜(부분 합의)’에 그치거나 아니면 이번에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양국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차관급 실무협상에 나섰지만 결론 없는 샅바싸움으로 끝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고위급 협상 일정도 하루로 단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실무대표단은 지난달 20일에도 협상이 틀어지자 미 곡창지대 농가 방문을 취소하고 서둘러 베이징(北京)으로 돌아간 전례가 있다. 당시 농가 방문은 양국의 화해 무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이벤트로 기대가 컸지만 끝내 무산됐다.

반면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 대표단을 이끄는) 류허(劉鶴) 부총리 일행의 일정이 변경됐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미 CNBC 방송도 “중국 대표단이 예정대로 11일 저녁 워싱턴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중국 측이 판을 깨고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명확하다. △기술 강제이전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보조금 지급 중단 △합의 이행 강제장치 확보 △농산물·서비스 시장 개방 등이다. 지난 5월 고위급 회담 당시 양측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초안까지 작성했던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빅딜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입장도 완고하다. 시장 개방을 제외한 나머지 요구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가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 국내법으로 합의 이행을 보장하라는 건 참을 수 없는 ‘굴욕’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환구시보는 10일 “미국과의 담판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은 7일 실무협상 시작 이전부터 “미국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비관적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SCMP는 “중국 협상단이 핵심 의제에 대한 논의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빅딜은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차선책으로 스몰딜 가능성은 남아있다. 중국은 농산물 수입을 대폭 늘리고,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며 일부 양보하는 방안이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15일부터 2,500억달러(약 298조원) 규모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린다면 중국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두 달 후인 12월 15일에는 소비재가 대거 포함된 1,600억달러(약 191조원) 규모 제품에 1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예정이어서 중국으로서는 잇단 ‘관세 폭탄’을 서둘러 차단하는 게 절실한 처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농산물 수입을 50% 늘릴 것”이라 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관세 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적 신호도 일부 감지됐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트럼프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 기업들의 거래를 일부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안보에 민감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지난 5월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5개월 만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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