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오늘 순서 중에서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무슨 시간일까요? 헌금 시간이죠.”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보수 진영이 지난 9일 주최한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발언 외에도 반복되는 순서가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최 측의 헌금 시간이다. 이날 연단에 선 조나단 목사는 “오늘 드려지는 헌금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도록 모두 동참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독려했다.

언뜻 보면 조 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자금을 청와대 앞 노숙 농성 시위대에게 전달한다는 뜻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용어 자체에서 이미 종교적 목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헌금’의 사용처로는 부적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금법 등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사전 신고 없이도 기부금, 즉 헌금을 모금할 수 있다. 다만 헌금으로 들어온 돈은 반드시 종교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전광훈 회장이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가 주최한 이날 집회를 종교 행사로 볼 수 있는지, 또 헌금 모금액이 노숙 농성단 운영 자금으로 사용되는 건 위법 소지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하여 드려지며, 헌금의 처분 권한을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라는 헌금함 문구 내용 역시 개인이 아닌 단체만 헌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한 법령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쟁본부 측은 “전 목사가 발언한 행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주최한 행사였고, 교회의 통상적인 예배 순서에 따라 헌금 모금이 포함된 것”이라며 “종교 행사에 대해 간섭할 수 없었고 사전 조율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적법성 논란을 의식한 듯 전광훈 회장은 이날 연단에 올라 “교회에 대해 잘 이해 못하는 언론들이 ‘전광훈이 무슨 불법 모금을 한다’ 이렇게 공격을 했는데 공부 좀 하시라”며 적법한 모금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앞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3일 광화문집회 현장에서 1억 7,000만원 상당이 헌금으로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