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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 촉구하며 “오늘의 한국이 내일의 홍콩이 됐으면” 
홍콩 민주화 시위 지도부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오른쪽)이 3일 대만 타이베이의 민주진보당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한국 정부가 홍콩의 인도주의와 정치 위기에 침묵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 사회를 “미래의 사회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웡 비서장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홍콩 민주화 시위 상황을 전하며 한국인들에게 연대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 정부와 정치인에게 “인권의 중요함을 깨닫고 인도주의와 정치 위기에 대해 침묵하지 않길 바란다. 홍콩 사람들은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웡 비서장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끄는 인물로 오는 11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지난달 28일 선언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후회 없다. 우리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얻은 교훈 때문”이라고 답했다.

홍콩 시민들이 바라는 민주주의 모델이 한국 사회라는 발언도 나왔다. 웡 비서장은 한국 사회에 대해 “홍콩인들이 계속 싸워나갈 영감을 주는 미래의 사회 모델”이라며 “오늘의 한국이 내일의 홍콩이 되었으면 한다. 홍콩도 한국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렸으면 하는 것이 우리가 마음에 품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1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대규모 집회가 열었다. 이날 집회 중 진압 경찰이 쏜 총을 맞은 10대 남성이 쓰러져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는 앞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등 모두 5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 중 송환법에 대해선 지난달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공식 철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웡 비서장은 독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잔인하고 과도한 폭력 속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체포됐다”며 “이런 대가를 치른 상황에서, 송환법 철회를 승리라고 부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콩 행정당국은 지난 5일 모든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했다. 웡 비서장은 이 법에 대해 “홍콩 정부는 적법한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 악법을 행정명령으로 시행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정부의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 더욱더 사라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은행에 달려가거나 ATM기에 가서 줄을 서서 돈을 뽑고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지난 6일 복면금지법을 규탄하는 대규모 행진이 있었다.

6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열린 복면금지법 규탄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이가면에는 '복면무죄, 입법무리'라고 쓰여있다. 홍콩=강유빈 기자

복면금지법 규탄 행진 이후 체포된 사람이 더욱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웡 비서장은 “시민 2,400명이 체포돼 300명이 기소됐고 이 중 10명은 재판도 거치지 않고 바로 감옥에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체포하는 건 시위대를 분산시키기 위한 당국의 방식”이라며 “경찰이 의료진과 기자, 임산부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홍콩 시위대의 요구 중 하나인 직선제 가능성을 두고선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언급됐다. 웡 비서장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가 민주개혁을 위해 싸워왔고 한국인들도 몇 년 전 촛불 집회를 했고, 1987년에도 민주항쟁을 했다”며 “이런 운동이 홍콩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우리 역시 민주주의를 얻을 때까지, 자유선거제를 얻을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연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웡 비서장은 “홍콩에서는 열 살짜리가 체포 당하고 63세 어르신이 시위하다 잡혀가고 있다. 우리는 인도주의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홍콩 사람들이 혼자서 이 싸움을 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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