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록밴드 넬.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록밴드 넬이 결성한 지 20년이 됐다. 스무살이었던 멤버들은 이제 불혹이 됐다. 오랜 활동 기간만큼 음악 스펙트럼도 넓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무료 공개한 곡 ‘지나가’에 참여하는 등 아이돌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8월 한 달간 서울 서교동 한 클럽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10일 발매된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이 3년 만에 나온 새 정규 앨범인 이유다.

넬이 검정빛 노래로 돌아왔다. 솔 등 흑인 음악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색채가 섞여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어둡기도 하다. 작사와 작곡을 맡은 멤버 김종완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다.

최근 몇 년간 넬은 암흑 같은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멤버 개개인의 불행한 일이 겹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인생이 까맣게 보였다고 고백했다. 8집을 만들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타이틀 ‘오분 뒤에 봐’는 나이가 들면서 친구 만날 시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아쉽고 씁쓸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김종완은 7일 서울 연남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는 엄청 어두운 앨범으로 만들려고 했다”며 “30대 후반을 거치면서 모든 것에 허무한 마음이 들었고,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결국엔 부질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마음은 올해 초 조금 변했다. 태국 한 스튜디오를 빌려 한 달 간 앨범을 만들면서다. 어떤 방해나 잡생각 없이 곡 작업을 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인 엔지니어의 휴식 권유도 거절했을 정도로 작업에 집중했다. 김종완은 “28일 정도 체류했는데,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10시간에서 12시간씩 작업했다”며 “검정 안에도 다양한 색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처음 구상보다는 조금 희망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멤버 이재경은 “김종완이 ‘음악에 이만큼 불타올랐던 적이 언제였던가’라고 고백할 만큼 순수한 영감을 받았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넬에게 20년은 쏜살같은 시간이었다. 8월 클럽 공연 전까지는 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했을 정도다. 정규 앨범 발매가 늦어진 줄도 모르고 지냈다. 그만큼 넬은 큰 내부 갈등 없이 꾸준히 음악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었다. 이정훈은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서로를 보완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장수 비결을 분석했다. 김종완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내년에도 꼭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넬은 올해 크리스마스쯤 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방 투어와 버스킹 공연도 논의하고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