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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도쿄에서 열린 임시국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을 향해 "국가간 약속 준수"를 거듭 요구했다. 도쿄=AP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와 한국의 맞대응으로 한일 관계가 1년 가까이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점에서 이 총리의 방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일 정상 간 대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만남은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즉위식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와 일일이 만날 계획이라고 하니 이 총리의 방일은 모처럼의 한일 지도자 간 대화가 될 수 있다.

한일 갈등을 격화시킨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100일이 지났다. 당초 우려했던 반도체 생산 차질 등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 핵심 부품의 자력 생산 틀을 갖추자는 자강 분위기가 생겨난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ㆍ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일본 소재ㆍ부품 수입 차질로 생산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일본도 한일 교류 단절과 일제 불매운동 등으로 약 3,5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는 추산이 나온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일 관계 해법은 양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끼리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두고 논의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베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여전히 한국을 향해 “국가 간 약속 준수”를 반복하거나 한일 관계를 되돌릴 계기를 “한국이 우선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조짐만 있는 건 아니다. 자민당 간사장을 포함해 일본 여당 의원들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염두에 두고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한일 의원연맹에서는 수출규제 해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재검토 동시 실행으로 갈등을 풀어가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지소미아 종료는 11월 하순에 실행된다. 연내에 강제징용 기업 압류 자산의 현금화가 강행될 수도 있다. 이번 총리 방일에서 일본과 의미 있는 대화를 시작할 접점을 찾아 관계 복원의 전환점을 만들지 못한다면 자칫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양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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