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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SNS의 나라

해외 자본유출 막고 가짜뉴스 대응 이중포석
지난 2018년 3월 VKIST 착공식 현장에서 행사 도우미로 뛰는 베트남 여성들이 잠시 틈이 생기자 휴대폰을 꺼내 보고 있다. 460여개의 SNS가 경쟁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요즘 휴대폰 화면에 얼굴 파묻고 있는 사람들 없는 곳이 없지만, 베트남만 한 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택시 기사, 호텔과 식당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거나 게임을 즐긴다. 사생활 침해 우려로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줄고 있지만 유독 베트남에서는 SNS 사용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 토종 SNS, ‘로터스’의 등장

지난달 16일 베트남에서는 현지 소프트웨어 개발사 ‘VCCorp’이 만든 SNS ‘로터스(Lotus)’가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다. ‘페이스북 타도’를 기치로 내건 토종 SNS로, 작년 9월 응우옌 마인 훙 정보통신부 장관이 ‘베트남 국민을 위한 베트남 토종 SNS 육성 계획’을 총리에게 보고한 뒤 꼭 1년 뒤 국민들에 선을 보였다.

주요 특징은 모든 이용자가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가입과 동시에 이용자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며,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이 즐기면 제작자는 조회수에 따라 전자 토큰을 로터스로부터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 토큰은 현금으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다.

응우옌 테 떤 VCCorp 대표는 출범식에서 “로터스에는 교육, 생활, 경제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500명이 콘텐츠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누구나 콘텐츠 제작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열려 있다”라며 “이용자들이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아름다운 상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입자 수 등 주요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정부 기관,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로터스 계정을 열어 활동하면서 순풍을 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460개 SNS, 페북과 구글이 70% 점령

베트남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현재 460개의 SNS가 작동하고 있다. 다양한 국내외 업체들이 인구 1억 시장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지만, 베트남 업체들의 SNS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존재감이 있다 하더라도 글로벌 SNS ‘골리앗’들이 일찌감치 터를 닦아 선점한 탓에 큰 수익으로 연결 짓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베트남 SNS 사용자-박구원기자/2019-10-09(한국일보)

시장 조사 기관 ANTS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구글(유튜브)이 베트남 온라인(모바일 포함) 광고 시장 7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는 연 3억7,000만달러(약 4,4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베트남 SNS 이용자는 2015년 4,400만명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6,200만명을 기록하는 등 급증 추세에 있어 연관 광고시장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지 온라인 매체 징 소속의 한 기자는 “베트남 고유 자동차 모델 빈패스트 출시에 맞춘 모든 광고와 홍보가 SNS로 쏠렸다”며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 매체들의 불만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SNS 기업들이 이렇게 큰 수익을 올리고도 베트남의 관련법이 미비해 대부분 외국 기업인 이들에게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베트남 정부가 토종 SNS 개발에 열을 올린 이유다.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 ‘Tiki’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중간 마진이 적은 상품을 검색해 구입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몰려드는 이용자들 덕분에 높은 광고 수익을 내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외국 SNS를 정부가 그대로 둘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웹인덱스에 따르면 베트남 인터넷 이용자 절반이 SNS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 토종 SNS, 가짜뉴스 대응 목적도

사회주의 체제의 베트남에 있어 자본 유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실 가짜 뉴스와의 전쟁이다. 정부가 모든 언론에 검열관을 배치해 보도를 통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SNS는 가짜뉴스 확산의 주로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탓에 베트남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외국 SNS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서버의 베트남 이전을 종용하는가 하면, 자국에 불리한 정보와 게시물에 대해서는 별도 요청을 통해 삭제하고 있다. 베트남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구글(유튜브)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삭제한 동영상은 4,500건에 달한다. 정부는 올 초 사이버 보안법을 발효했지만, 삭제를 요청하는 SNS상 부적절 콘텐츠는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출시된 베트남 토종 SNS 로터스

일례로 최근 남중국해 도서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해군의 딸 이야기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아빠가 멀리 가 있는 동안 집에 이상한 공안(경찰)이 하나 와서 엄마랑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결국 꾸이년 지역 방송에서 한 코미디언이 지어낸 이야기로 밝혀졌지만, 정부에 반감을 품는 이들을 통해 계속 SNS에서 유통되면서 군과 공안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

호찌민 시내 프랑스계 소프트웨어 개발사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토종 SNS의 확대는 무엇보다 가짜 뉴스와의 싸움을 위해 필요했을 것”이라며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흡인력을 갖춘 SNS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VCCorp 관계자는 “(광고)시장을 60~70% 점유하면서, 페이스북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말했다. 베트남 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지난 1월 기준 6,100만명에 이른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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